서경대 경영학과

태백은 빛의 도시이자 우리나라 주요 강의 발원지다. 백두대간의 등뼈에 해당하는 태백 삼수령은 정상 동쪽에 물이 떨어지면 오십천을 이루고, 남쪽으로 떨어지면 황지에서 물이 솟아 낙동강의 발원지가 되고, 서쪽으로 떨어지면 검룡소에서 물이 솟아 한강의 발원지가 된다. 또한 태백은 석탄이 발견되어 나무에만 의존했던 연료 체계를 석탄으로 대체하여 불의 혁명을 가져왔다. 땔감이 나무에서 석탄으로 대체되어 헐벗었던 산이 푸르게 살아났고 에너지 체계의 대변화를 가져왔다. 최근에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출현으로 탄광촌은 막을 내리고 거대한 도시였던 태백은 작은 산촌 도시가 되었다. 삼척을 다녀오던 길에 물과 불을 공급하던 곳, 태백의 삼수령을 방문하였다.

해발 1천303m의 고지에 삼수령 바람의 언덕에 올랐다. 바람의 언덕에 오르는 길에는 40여만 평의 국내 최대 배추밭이 있었다. 배추가 자라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배추 농사는 다 끝나고 황무지 자갈밭이었다. 이 자갈밭에서 어떻게 배추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배추농장 한쪽에 농가 주택이 하나 있어 예고 없이 방문했는데, 반가이 맞아 주었다.

태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고향에서 자라 서울과 포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사업을 하다가 마흔이 넘어서 다시 고향으로 귀향하였다. 태백 삼수령 아래 1천200m 고지에 터를 잡고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며 그림도 그리고 농사도 지었다.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처 자연에서 농사짓는 방법도 터득하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삶의 철학도 배웠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농부이자, 화가요, 삶의 철학을 가진 철학자였다. 자갈밭에서 어떻게 배추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매우 궁금하였다. 그런데 더운 여름 고랭지에서 배추를 재배하려면 자갈밭이어야 한다고 한다. 자갈밭이 배수도 잘되고. 가물어도 물이 생성되어 배추가 버틸 수 있다고 한다. 고지대라 일교차가 크고, 낮에 햇볕에 달구어졌던 돌이 밤에 빠르게 냉각되면서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물이 생성된다고 한다. 그러니 가뭄이 와도 배추가 그 물을 빨아들여 버틴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도 그렇게 하여 살아가는구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소나무가 아름답고 더 푸른데, 배추도 더운 여름날, 고지대에서 자란 배추가 더 오래가고 인기가 있다.

40만 평이 넘는 농장을 어떻게 농사짓는지도 궁금하였다. 마을 주민 20여 명이 와서 여름에 고랭지 채소를 재배한다고 한다. 농사는 여름 한 철 짓지만, 땅에는 지금부터 보약을 주고 병 안 나게 살균·살충하고, 거름도 미리 준다고 한다. 온 시간이 필요하다.

모두가 떠나는 폐광지역에 16년 전에 귀농하여 그림도 그리고 농사도 짓는데,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1천303m의 바람의 언덕에서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고, 바람의 언덕 아래 1천200m의 고지대 분지, 40여만평의 배추농장에는 마을 주민 20여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삼수령 골짜기에서는 물이 솟아 오십천, 낙동강, 한강의 발원지가 되어 동해, 남해, 서해유역으로 기운을 공급하고 있다. 시대가 지나도 태백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연은 위대하다. 자연을 알아보고 활용하는 배추농장 주인의 혜안이 돋보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