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을 목표로 정치판에 뛰어든 고위 공직자가 부쩍 많아졌다.

최근 충북도와 시·군에서 근무하던 고위직들이 잇따라 사퇴서를 제출하고 정당에 가입했다. 앞서 퇴직한 공직자들까지 출마 경쟁에 가담하면서 공직사회가 자칫 선거전에 휩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4일 이재영 전 충북도 재난안전실장과 정경화 전 충북도 농정국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 전 실장은 지난 9월 30일, 정 전 국장은 10월 29일 명예퇴직했다. 각각 증평군수와 영동군수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청주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송재봉 전 청와대 행정관도 같은 날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들보다 먼저 공직을 사퇴하고 출마를 선언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범석 전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관은 지난 8월 말 명퇴하고, 9월 초 국민의 힘에 입당했다. 청주부시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주시장 후보로 나설 예정이다.

최재형 전 보은읍장과 이준경 전 음성부군수는 지난 5월과 6월 퇴직했다. 보은군수와 괴산군수 선거에 도전할 이들 역시 국민의힘에 입당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외에 정성엽 전 충북도 보건복지국장, 김문근 전 충북도 농정국장, 정일택 전 영동부군수, 구자평 전 금왕읍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각각 괴산군수, 단양군수, 영동군수, 음성군수 선거를 준비 중이다. 김재영 전 충북도 일자리창출과장은 지난 6월 민주당에 입당해 영동군수 후보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직업 공무원 출신들은 오랜 행정 경험과 전문성, 안전성, 소양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위 공직자 후보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의 경향도 유리하다.

공무원을 했다고 해서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오히려 공직 근무 경력이 자치단체장을 역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평소 정치와 무관해 보였던 이들이 시류에 편승해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보다는 정당 프리미엄을 얻어 출마하려는 이는 당선되기 힘들다.

요즘 유권자들의 의식은 상당히 높다. 지방자치에 대한 확고한 정립과 지역구와의 교류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아예 포기하는 게 낫다. 지역 현안 파악과 해결책 제시, 주민들과의 소통이 없다면 선택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직전 고위 공무원들이 대거 선거전에 나서면서 공직사회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공직자 출신 대부분은 자신이 출마하려는 지자체에서 고위직을 지냈다. 공직에서 맺었던 인맥 등을 고리로 현직 공무원에게 협조를 빙자한 줄서기를 강요할 여지가 충분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알게 모르게 본분을 망각한 행동으로 공직사회 내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공무원들의 출마 열풍은 인사 숨통을 트는 효과도 있어 공직사회는 이미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출마에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선거 후 심각한 후유증을 앓지 않기 위해서는 공무원과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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