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충청매일] 교실 안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심상치 않다. 문을 열어 보니 저학년 학생과 선생님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받아쓰기하던 중에 학생이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간다고 떼를 쓰고, 선생님은 말을 듣지 않고 막무가내인 학생에게 화가 나 있다. 어린 학생을 달래어 이유를 들어본, 즉 ‘매일 두 쪽씩 받아쓰기했었는데 오늘은 받아쓰기 두 쪽이 끝났는데도 더 하고 가라고 한다.’라고 말한다.

학생에게 잠재된 무의식에 관련된 ‘확증 편향’의 영향 때문이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와 상황은 거부하고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는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그것의 사실 여부를 떠나)나 상황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나 상황은 외면하는 성향을 말한다. 다른 말로 자기중심적 왜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확증 편향은 한마디로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심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린 코끼리 발목에 쇠사슬을 채워 말뚝에 걸어 놓으면 일정 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며 답답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후, 말뚝에서 사슬을 풀어 놓아도 그 코끼리는 사슬 반경을 떠나지 않는다. 이런 무의식의 사슬을 우리는 인습이라 부른다. 무의식으로 설정한 자기 테두리에 스스로 묶이는 것이다. 이 현상도 ‘확증 편향’의 영향이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그 선택에도 ‘확증 편향’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기업들의 ‘확증 편향’을 이용한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광고를 한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그 익숙함을 심어주고 좋은 제품으로 착각해 선택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핸드폰은 삼성 애니콜!’처럼.

부모는 필히 ‘확증 편향’을 인식하고 이의 원리를 자녀교육에 적용해야 한다.

나와 절친인 술 태백이 친구의 말이다. 어린 시절에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자랐는데, 몇십 년 후 어느 날 거울에 무심코 비친 자신의 모습이 술에 취해 있던 옛날 아버지와 똑같아 깜짝 놀랐단다.

학자 집안의 자녀가 학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그 자녀가 학자는 되지 않더라도 대체로 공부를 잘하는 것을 본다. 부모가 늘 책을 가까이하는 것을 보며 그 자녀도 책을 가까이하는 것이 무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가치관, 신념이 되었을 것이다. 그 무의식의 세계에서 발로되는 ‘확증 편향’의 영향이 놀랍다.

엄마 아빠는 가정에 돌아오면 종일 T.V를 보고, 시간이 나면 친구와 술 마시고, 주말에 놀러 가는 등… 자녀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도 한번 안 보이며, 자녀에게는 틈만 나면 공부하라 한다. 책 읽는 모습을 자주 접하는 학구적인 환경에서 자란 자녀와는 ‘확증 편향’의 영향이 다르다.

부부싸움이 심해지면 격한 감정을 보이기도 하고 남과 실랑이가 붙었을 때 심한 말과 행동을 보인다. 심지어는 자녀 앞에서 선생님 멱살을 잡는 부모도 있다. 그런 부모가 자녀에게는 차분한 감성을, 바른 행동과 표현을 요구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잠재될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하여야 한다.

이렇게 무의식의 세계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확증 편향’의 영향은 사람의 인습에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영향 양방으로 많은 영향을 준다. 이에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 ‘확증 편향’의 영향을 고려하며 바람직한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자녀의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까지 세심한 관심과 배려로 자녀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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