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코로나19에 의하여 사람들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코로나 블루에서 공포와 불안으로 이어지는 코로나 레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이 감정을 통제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진(秦)나라의 재상 여불위(呂不韋)는 인재를 뽑을 때 인간의 감정 통제와 관련된 여섯 가지 기준인 육험론(六驗論)으로 평가하였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그를 기쁘게 하여 그가 기쁨에 취하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자제하는가를 시험하고, 둘째는 그를 즐겁게 하여 그가 얼마나 멋대로 행동하는가를 보고, 셋째는 그를 노하게 하여 그가 화에 대하여 얼마나 자제를 하는가를 보고, 넷째는 그를 두렵게 하여 그가 얼마나 특별하게 행동하는가를 보고, 다섯째는 그를 슬프게 하여 슬픔을 대하는 그의 품성을 보고, 마지막으로 그를 고통스럽게 하여 그의 의지를 시험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 사고는 이러한 희로애락에 대하여 억제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기쁘다고 너무 자랑하거나,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기쁨에 취하거나, 고통스러운 것과 화를 참지 못하고, 슬픔을 자제하지 못하는 것은 소인으로 생각하였다. 우리 사회는 이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희로애락이 가슴에 쌓여서 다른 나라에는 없는 화병이란 병을 만들었다.

현대 의학은 이러한 희로애락의 감정을 억제하고 표출하지 못하면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으로 연계된다고 한다. 경찰청에 의하면 폭력 범죄의 41%가 이와 관련된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어렵게 취업한 젊은이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라는 소리로 사표를 내는 것도 이러한 감정 조절과 연계되고 있다고 인사담당자들은 이야기한다.

엊그제 한 뉴스에서 자동차 사고를 냈는데 피해 차주가 사고 낸 여성 운전자를 꽉 안아주었다는 인터넷 사이트의 사연을 전달하였다. 사건의 내용은 출근 시간에 한 여성이 아픈 아이를 차에 태우고 응급실로 가던 중에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다가 접촉사고를 냈다고 한다. 피해 차주는 상황 이야기를 듣고는 당황하는 여성을 안아주면서 본인은 괜찮으니 아이 데리고 빨리 병원 먼저 가라고 하였다고 한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우리 대부분은 화를 내고 그 화를 참지 못하여 목소리를 키운다. 그 목소리는 보험회사 직원이 와야 줄어들게 된다. 운전 중에 끼어드는 차량을 향하여 경적을 울렸다고 도끼 들고 나오는 뉴스는 이제 특별한 뉴스가 되지 못하고 있다.

유대교 랍비 벤 조마는 “화(火)를 조절할 수 있는 자는 힘센 자보다 낫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자는 도시의 정복자보다 낫다”고 한다. 진정한 코로나 19의 극복은 그에 따른 감정을 다스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화(火)를 부르는 로(怒)뿐만 아니라 희로애락 모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능력이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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