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결국 3.2%나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1월 이래 9년 9개월만의 최고치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 2%를 무려 1.2%포인트 상회한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를 기록한 이래 6개월 연속 2.5% 내외로 오르는 불안한 흐름을 어어 오다 마침내 3%까지 돌파한 것이다.

굳이 통계치를 살피지 않더라도 동네 슈퍼마켓에 가면 금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계란에서 돼지고기, 라면까지 안 오른 농산물을 찾기 힘들 정도다. 계란은 금계란이 되면서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휘발유 가격은 주유하기가 겁날 정도이고,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치솟았다.

이같이 물가 급등세를 이끈 요인은 유가 상승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7.3% 급등했다. 공업제품 가격도 4.3% 오르며 전반적 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전 월셋값도 각각 2.5%, 0.9% 올랐다. 여기에 대중교통비 등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가 각각 5.4% 2.7% 상승해 물가 체감지수를 높였다.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2011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4.6%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유가 상승 외에 글로벌 공급난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도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의 근본 원인은 장기 저금리와 돈 풀기 정책에 따른 시중 유동성 증가다.

물가 상승은 실질소득을 감소시킴으로써 민생에 어려움을 준다. 그러나 더 큰 도전은 금리인상 등 긴축에 따른 2차 충격이다. 금융당국이 대출을 옥죄면서 돈 없는 젊은이들은 내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주거사다리를 타고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사다리를 거꾸로 타야 한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위드코로나’다. 정부는 이달부터 위드코로나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일상 회복에 돌입했는데, 이와 함께 시행하는 소비 진작책이 자칫 물가 상승을 부추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12일부터 예정인 유류세 인하는 급등하는 국제유가에 대응해 내놓은 ‘물가 안정 대책’이지만, 이 역시 위드코로나와 맞물려 외출·여행 수요 증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기부양책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유동성 공급’에 집중된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어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물가 안정은 물가 안정대로, 소비 진작도 그것대로 진행하고 다만 물가와 경기 부양이 상충 관계에 있는 만큼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것을 인식해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 유가 상승세 지속 등 국내외 물가상방압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와 LNG 할당관세 한시인하, 농축수산물 수급관리, 공공요금 동결 등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여야 한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0.3%로 급락해 어려움이 있지만 물가 안정 없이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 복병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총력전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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