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요(堯)는 전설로 전해지는 고대의 임금이다. 하루는 요가 신하들에게 물었다.

“이제 내 뒤를 이을 자가 어디 없겠소?”

그러자 신하 방제가 대답하였다.

“임금님의 아들 단주가 명석합니다. 하오니 그에게 물려주심이 마땅합니다.”

“내 아들은 다투기를 잘하니 나라를 맡길 수가 없소. 나는 덕망 있는 자에게 자리를 선양(禪讓)할 것이오.” 이에 신하 환두가 대답하였다.

“공공(共工)이 업적이 많고 사람들이 따르니 그에게 물려주심이 어떠합니까?”

이에 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하였다.

“공공은 자신을 위해 직위를 이용했고 겉으로는 공손한 것 같지만 실체는 교만하여 하늘마저 업신여기는 자요. 천하를 어찌 그런 자에게 맡기겠소.”

그러자 방제가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양성에 사는 허유(許由)라는 이가 자연을 벗 삼아 하늘의 법도를 잘 따른다고 합니다. 또 식견과 인품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그를 추천합니다.”

이에 요가 사신을 보내 허유를 불러오도록 했다. 요가 물었다.

“그대를 부른 것은 천하의 정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것이오.”

그러자 허유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소인은 그저 자연에 사는 촌부입니다. 어찌 정치를 알겠습니까? 사람을 잘못 찾으신 것 같으니 부디 저를 돌려보내 주십시오!” 그러자 요가 이어 물었다.

“그대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소. 내가 천하를 아홉 개 주로 나누었는데 그대를 한 곳의 장으로 삼고 싶소. 그대 생각은 어떻소?”

이에 허유가 대답하였다.

“소인은 그러한 일을 도무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지금처럼 지내고 싶으니 제발 저를 돌려보내 주십시오!”

하고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궁궐을 나왔다. 허유가 집으로 가는 길에 어느 냇가에 이르렀다. 흐르는 물에 자신의 귀를 씻기 시작했다. 이때 마침 친구 소보가 소를 끌고 와 물을 먹이려다가 허유가 귀를 여러 번 씻는 것을 보고 의아해 물었다.

“이보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귀를 그렇게 열심히 씻는 건가?”

그러자 허유가 대답했다.

“요가 내게 정치 이야기를 하였다네. 그래서 귀가 더러워져 씻는 거라네.”

그 말을 들은 소보가 급히 소의 고삐를 잡고 상류로 올라갔다. 허유가 물었다.

“이보게, 소를 끌고 어디로 가는 건가?” 이에 소보가 대답했다.

“내 소가 자네의 귀 씻은 더러운 물을 먹을까 걱정이 되어 상류로 올라가는 거라네. 어찌 그 혼탁한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수 있겠는가.”

이에 허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소사채갱(疏食菜羹)이란 나물밥에 채솟국이란 뜻이다. 소박하고 청빈한 생활이 인생을 즐겁게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젊어서는 욕심을 부리고 살더라도 나이가 들면 자연에 순응하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비결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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