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201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기”를 위한 10만 교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교실에서 교육 활동을 하는데 가장 힘든 점으로 ‘과중한 행정업무’라는 응답에 이어서 학생의 학습 무기력(38.7%)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38.6%)을 꼽았다.

그 결과 수업 시간 엎드려 자는 학생 비율에 대하여 37.3%만이 ‘거의 없다’고 대답하였다. 중학교의 경우, 거의 없다(21.2%), 학생 10% 이내(47.4%), 학생 10~30%(27.0%), 학생 30% 이상(4.0%)으로 응답하고 있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7.3%만이 ‘거의 없다’고 답했고, 학생 10% 이내(28.3%), 학생 10~30%(41.8%), 학생 30% 이상(22.0%)으로 답하고 있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강의식 수업에서는 모든 학생이 잠들고 교사를 측은하게 생각한 학생 한두 명이 깨어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까지 한다.

이처럼 중고등학교의 경우 고학년으로 갈수록 교실이 잠자는 공간이 되어 버린 지는 오래되었다. 잠자는 학생은 가르치는 교사들을 힘들게 하고 자존심을 꺾어버린다.

몇 년 전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정년을 한참 남긴 친구가 명퇴하는 일성 가운데 하나가 이러한 학생지도의 어려움 때문 교단에 있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에도 전염되어 강의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공 수업시간에는 덜하나 학생 수가 많은 교양과목 등에서 잠자는 학생이 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잠자는 학생에게 분필을 던지고, 기분이 상하면 강의실에서 내보내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그러지도 못한다. 최근에는 잠자는 학생을 잘못 학생 권리 침해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이 잠자는 이유는 우리의 학교와 교육에 대응하는 학생들의 행동방식이다. 학생들이 잠자는 것은 아르바이트나 게임 등 수면 부족에 대한 생리적 현상도 있지만, 수업을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교육 정책, 학교, 선생에 대한 힘 없는 학생들의 최후 몸짓이다.

우리의 교육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 되고, 대학 입학정원은 남아돌고, 농어촌 학교는 붕괴하고, 사교육이 더 효과적인 사회에서 잠자는 것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다른 모든 분야와 같이 교실의 교육도 파레토의 80대 20 법칙에 의하여 20%의 깨어 있는 학생들만을 위해 수업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위안을 삼으로면서 수업을 하고 강의하기에는 가르치는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다.

조사에 따라서 다르지만, 수학 포기자 비율이 초등학생 20%, 중학생 40%, 고등학생 60%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비율과 비슷하게 학생들은 교실에서 잠을 잔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 의하여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잠자는 학생도 같이 늘어날까 걱정이다. 이 와중에 대선을 빌미로 교육계의 집단들은 자신들의 권리 찾기에 더 바쁘다.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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