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26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기고 제2금융권의 DSR 기준도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로 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카드론 등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모두 포괄한다.

이번 대책의 발표로 내년 1월부터는 차주별 총 대출액 2억원이 넘으면, 7월부터는 1억원이 넘으면 은행에서는 DSR 40%, 제2금융권에서는 5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서민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은 DSR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와 같은 유례없는 대출규제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이른바 ‘영끌’ 주택매수 여파로 주택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폭증으로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면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 2분기 104.2%로 높아지는 등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상당히 가파르다.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는 자산시장의 거품 생성과 붕괴 등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 인상 압박까지 높아지고 있어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불가피하게 사금융까지 손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규제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가뜩이나 올라버린 집값에 빌려야 하는 금액은 늘어났는데 갑자기 대출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실수요자를 구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서민 실수요자들은 규제 대상이 잘못됐다며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해 가계대출이 증가했는데 그 책임을 왜 무주택자들에게 떠넘기느냐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86%, 전셋값은 40%나 올랐다.

특히 무주택 전세입자들은 치솟는 전세가에 대출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때문에 5대 시중은행의 전세 대출은 문 정부 출범 이후 96조원이나 늘었다.

이 중 59조원은 2030세대가 늘린 전세 대출이다. 작년 7월 임대차법 이후 2030 전세 대출은 1년 새 21%나 급증했다.

문제는 서민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대다수 대출자에게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DSR 규제는 소득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을 따지는 방법이다.

가뜩이나 자산 격차가 큰데 대출에서조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면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급증의 요인 중 하나가 고소득자·자산가들의 저금리 대출 확대인데 그 부작용을 저소득층이 떠안아서는 안 된다.

정부는 대출규제와 동시에 저소득층을 비롯해 무주택자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금융상품과 대출지원 방안 등 적극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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