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가 지난 8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 806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만명이나 급증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2천99만2천명 중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38.4%로 1년만에 2.1%포인트 높아졌다.

비정규직이 38%를 넘은 것도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월급쟁이 10명 중 4명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라는 얘기인데,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성적표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2021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 증가 폭은 노인 일자리사업, 돌봄사업 등과 관련 있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2만8천명), 교육서비스업(8만5천명) 등이 컸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27만명)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정부가 코로나19 고용 충격에 대응하고자 재정을 투입한 단기 일자리를 대거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정규직은 1천292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되레 9만4천명 감소했다. 공기업과 민간 대기업이 신규 채용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고용의 질이 이전보다 악화됐다는 지적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코로나19 영향과 고용·산업구조의 빠른 변화 등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났을 뿐 관련 주요 근로 여건 지표는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발적 선택 근로자 비중이 늘고 월평균 임금, 사회보험 가입률이 향상됐다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진다. 이번 통계청 조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역대 가장 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8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작년 동기보다 5만8천원(3.4%) 증가한 176만9천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년 전보다 10만2천원(3.2%) 늘어난 333만6천원이었다. 이에 따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156만7천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실정이 이러니 모든 구직자가 정규직에 간절히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부어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정책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힘들다.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부문의 동참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정규직 전환 상위 10대 공기업의 올해 신규 채용인원이 이전 3년보다 평균 44% 감소했다고 한다. 민간기업 역시 코로나19 불확실성으로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등 정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