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내과 원장

최근 한국인의 질병 지도가 변하고 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4년 새 복통과 설사를 반복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인 크론병 환자들이 3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크론병은 머지않아 희귀 질환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또한 2016년 처음으로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10만명당 16.5명)가 위암 사망자 수(16.2명)를 앞질렀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는 매년 150만 명 이상 진단된다고 한다.

왜 이런 질병의 변화가 생겼을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dysbiosis)이 이러한 변화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여러 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들이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고 이를 연구하여 각종 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 지고 있다.

소화기계 질환과 관련하여 배리 마셜과 로빈 워렌 박사는 2005년 인간 위의 하부에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세균이 위염이나 십이지장 궤양, 위궤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뇌신경질환과 관련하여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음식물을 분해할 때 만들어지는 중요 화합물인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인 Propionate가 Clostrium속의 박테리아들에 의해 과다하게 만들어질 경우 뇌에 면역세포의 침착을 유발하여 자폐증을 일으킬수 있다는 것을 쥐에서의 실험으로 증명하였다.

자가면역질환과 관련하여 셀리악병(Celiac disease)은 글루텐에 면역세포가 반응하는 질환으로 정상적으로는 글루텐을 먹어도 장에서 면역세포와 만날 일이 없는데 장내 미생물 불균형에 의해 장누수증후군(Gut leakage syndrome)이 발생하면 글루텐이 혈관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발생한다.

비만과 관련해서는 의간균(bacteroides. 유익균)과 후벽균(Firmicutes, 유해균)의 비율이 비만 여부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비만쥐와 마른쥐의 장내 미생물을 무균쥐에게 이식했을 때 몸무게에 차이가 나타나는데 비만쥐는 똑같은 열량의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2% 더 많은 열량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암과 장내 미생물과의 상관관계도 2017년 연구에서 밝혀졌는데 대장암에 걸린 환자의 대변 샘플을 무균 쥐의 대장에 접종하였을 때 정상인의 대변 샘플을 접종한 쥐보다 대장용종의 수가 증가하고 장내의 점막 이형성(dysplasia), 염증 수치의 증가가 현저히 관찰되었다. 이를 통해 대장암 환자의 장을 구성하고 있던 미생물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이 알려졌다.

이러한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탄수화물 같은 단순당의 과다한 섭취를 줄이고 장내 발효에 유리한 섬유소가 많은 채소의 충분한 섭취, 장내 정상 세균총에 영향을 끼치는 광범위 항생제의 제한적 사용, 인공 첨가제가 들어간 가공 음식의 절제가 중요하다.

이외에 정상적인 장내 세균총을 돌리기 위한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이 도움이 될수 있다. 우리 장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유익균은 Lactobacillus sp, Bifidobacterium sp, Saccharomyces sp(효모균), Enterococcus sp. 등이 있으며 이들이 포함되어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의 꾸준한 복용을 통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정상화 시킴으로서 위에서 언급한 여러 면역질환들과 소화기 질환을 예방하고 나아가서는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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