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일부 못 갚자 일방적 진행
운영자 “대기업의 횡포” 울분 토로
하이트진로 "경매 취소절차 밟는 중"

18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하이트진로 청주지점 앞에서 한 자영업자가 하이트진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고 있다.  오진영기자
19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하이트진로 청주지점 앞에서 한 자영업자가 하이트진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고 있다. 오진영기자

 

[충청매일 진재석 기자] “사람이 죽어야 정신을 차릴려나요. 코로나19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대기업과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네요.”

경기도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 중인 A(59)씨는 19일 이같이 말하며 울분을 삭히지 못했다.

A씨는 최근 법원에서 부동산 임의경매 진행 통보를 받았다.

주류회사로부터 지원금 명목으로 빌린 돈 일부를 갚지 못한 탓이다.

A씨의 사연은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6월께 대기업 주류회사에게 돈을 빌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하이트진로 주류회사로부터 매달 975만원씩 20회 상환을 조건으로 1억9천500만원을 대출 받았다.

당시 A씨의 영업장은 하루 맥주 소비량이 1천 박스에 달하는 등 영업 이익이 높았었고, 그는 채무 상환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에 영업 확장 등을 위한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 지난해 2월부터 A씨의 영업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이후 수도권에 폭발적인 감염이 이어지면서 같은 해 11월부터는 영업장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영업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면서 채무 상환에 문제가 발생했다.

영업 수익은 ‘0’원이지만 다달이 가게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은 꼭 지불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수년간 하이트진로 측과 거래를 이어 왔던터라, 주류회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상환 기일을 미뤄 달라 요청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라는 재난 상황을 회사 측에서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설명에도 불구, 하이트진로 측은 부동산 임의경매 진행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을 뻔히 알고, 채무 상환 의지도 계속 보여줬지만, 하이트진로는 저에게 제대로 된 설명없이 일을 진행했다”며 “이건 돈을 떠나 자영업자들을 감정적으로 죽이려는 대기업 횡포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를 궁지로 모는 기업도 그렇고, 이를 보고만 있는 정부는 사람이 죽어야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사연에 하이트진로 측은 뒤늦게 내용 확인을 했고, 현재 A씨에 대한 경매 취소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전했다.

1년 넘게 이어진 A씨의 채무 불이행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업소와 맺어온 파트너십 유지와 함께 기업 차원의 배려였다고도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청주지점 측은 “본사에서도 A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본사와 상의를 마쳤고, 상환 일정 협의를 전제로 내부에선 경매 취소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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