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영 청주금빛도서관 사서]책을 선택할 때 내가 제일 중시하는 부분은 표제와 첫 문장이다. 쌀쌀해지는 날씨와 코로나19로 인해 멀어져가는 인간관계를 생각하며 ‘다정함’을 텍스트를 통해서 느끼고 싶어 표제에 끌렸고, ‘해인 마을은 이제 지도에서 찾을 수 없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보고 ‘왜?’라는 궁금증과 함께 ‘이 책이다’라는 느낌이 왔다.

여성의 서사로 꽉 채워진 이 책은 성별 불문하고 모든 독자에게 ‘주저하지 말고 뛰쳐나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와 우리에게 뜨거운 응원을 주며 때로는 열등감 느끼고 때로는 소심한 우리에게 너도 그 못지않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격려한다.

149페이지의 분량에서 느껴지는 반갑고 다정해 보이는 ‘다정한 유전’은 정말 다정치 않다. 실제로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3번은 읽었다. 읽을 때마다 ‘이게 맞나?’ 생각하며 메모지에 끄적거리며 인물관계도도 그려보고 파트별 등장인물에 대해 특징을 적어보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친숙한 이름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모두가 같은 듯 다른 사람이다. 지금 내가 어느 시점에 있는지 혼란스럽고 액자식 구성인지 순차적 구성인지 역순차적 구성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간다.

하지만 내가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 어긋나는 지점이 생김으로써 생기는 두려움과 흥미로움은 이 책을 더욱이 완성작으로 만들어준다. 작가는 ‘느슨한 연결’이라는 표현으로 독자에게 같은 것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결국 하나라는 것을 알려준다. 아, 이렇게 다정치 않은 책이 또 있을까?

“누구 이야기 같아?”(「다정한 유전」 108p. 중)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다정한 유전’. 섬뜩함에서 오는 다정한 매력이 오히려 나에게 크디큰 위로가 되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쓸쓸함을 느끼는 모두에게 시니컬하지만 다정한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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