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전재국 기자] 가을이 익어가는 지난 10월 9일 신동엽 시인의 고향 충남 부여에서 2021년 가을문학제가 개최됐다.

‘그리운 것들은 산에 있었다’라는 주제로 신동엽문학관 잔디마당에서 열린 이번 문학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북한산에 ‘시인 신동엽길’이 있다”는 전언을 시작으로 열린 등반가 김기섭의 <시인 신동엽길 전시회 ‘어느 암벽등반가의 신동엽길’>은 시인의 전문 산악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전시회는 신동엽 시인에게 산행은 단순한 취미를 뛰어 넘는 것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시인이 지녔던 문학정신의 헌걸찬 기개를 보여줬다.

올해는 부여군이 추진한 ‘신동엽 시인의 길 조성사업’으로 아트조형물 11점이 마련되는 등 새 문화예술 공간이 생겨났다. 신동엽문학관 측은 이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사업의 일환으로 부여군의 ‘신동엽 시인의 길’과 북한산의 ‘시인 신동엽길’을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고안해 이번 가을문학제에 녹여냈다.

이번 문학제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등반가로 한평생을 살아온 김기섭이 사고로 반신불수가 되기 전 북한산의 많은 곳에 신동엽의 시 정신을 암벽에 새기는 작업을 했고, 그동안 써왔던 시들을 모아 시집을 출판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때 얻은 병마로 허약해진 몸을 이끌고 전문 산악인으로서의 활동을 하며 굳건히 지켜낸 신동엽 시인의 문학정신이 오늘에 이르러 김기섭의 시로 재탄생되기까지, 김기섭에게 신동엽의 순수하고 강인한 정신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신동엽 시인은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빛나는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아울러 행사 프로그램 중 창작무용극 ‘발’과 승무전수자가 펼치는 새로운 한국무용공연은 문학이라는 장르를 넘어 신동엽 시인의 뜻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하는 계기가 됐다. 문화활동가와 산악인이 함께 참여해 더욱 뜻깊고 의미 있었다는 평이다.

박정현 군수는 “희망과 미래를 노래한 민족시인 신동엽과 북한산에 ‘시인 신동엽길’을 개척한 암벽등반가 김기섭의 이야기는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에 지친 우리들에게 매우 큰 위로가 되고 있다”며 “그들과 도란도란 정답게 가을 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문학제를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가을문학제 영상은 문학관 홈페이지(www.shindongyeop.com) 와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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