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책을 접하자마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잘 정돈된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130가지나 있다고 소제목을 달려있다. 엘렌 서리의 책 ‘고마움이 곧 도착합니다’이다. 고마움이란 게 일상에서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가 된다는 이야기다.

‘고마운 사람이 있나요? 누구인가요?’ 란 질문에 즉각 대답할 수 있다면 참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림책 속 앤디라는 아이는 고마운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얼굴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엄마,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아빠, 항상 같이 있어 주는 강아지 맥스 등 금방 주변의 존재들을 떠올린다. 이걸 늘 준비하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아이들은 고마운게 참 구체적인가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주변의 관계들이 오래되면서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생각해보면 참 누리는 것들 중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으련만 고마움보다 야속함을 오래 간직하는 것도 뜨끔한 일이다.

책은 묻고 아이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전된다. 먼저 누구누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지 그리고 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 여러 대답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런 다음 그렇게 고마운 사람들에게 특별한 걸 줄 수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아이 차원에서 소중한 것들이 등장한다.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유치하고 재미있는 방법들이 많이 나오는데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고 일상에서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다. 실천이 어렵지 않은 일들, 예를 들면 고마운 사람들과 오후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다양한 방법을 이야기 한다. 이것들 역시 실행에 옮기면 멋진 것들이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준다면 무엇을 주고 싶은가? 역시 어린이다운 기발한 것들이 많다.

고마운 사람들을 어디든 데려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고마운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맛있는 것, 고마운 사람에게 어떤 기분을 선물하고 싶은지 등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고마움을 알아내고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실천해 가는 과정을 재미있고 세세하게 그려 놓았다. 아이들 스스로 묻고 답하며 고마움을 확인하고 알아간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들은 평소에 아이들이 학교나 집 또는 사회 교육기관에서 놀이처럼 즐기면서 편지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품활동도 하며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같이 있어 주고 유쾌한 기분을 나누어 주는 선물 등 창의적이고 기발한 방법들, 꽃잎 말리기 초대장 쓰기, 물감 찍기, 재미있는 만화 그리기 등 아이와 어른이 동시에 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고마움을 전하면 된다. 거창한 선물이 아니더라도 고마움을 표현하다 보면 내 곁에 있는 모든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내 삶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진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나아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소중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되리라 믿어본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랄 것이다. 이미 자라 어른이 된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표현에 서툰 세대지만 노력해 보면 어떨까, 말이든, 노래든, 편지든, 꽃이든 그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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