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필자는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질병관리청에서 운영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을 통해 예약을 마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꺼리는 이들도 있었으나 요즘은 국민 대부분이 정부가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연령별 접종 계획에 잘 협조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의학회 공동 연구결과에 따르면 접종 완료 시 변이형 바이러스에도 80% 이상 감염 예방 효과가 있고, 입원·사망은 최대 96%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백신접종을 완료하고도 확진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전국 확진자가 연일 네자리수를 기록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층 더 강화했고, 백신접종 완료자도 예외가 아니다.

닭·오리 등 가금류에서 코로나19와 같이 전염성이 강하고 변이가 심한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들 수 있다.

일부 저병원성의 경우 상용화된 백신이 있으나, 고병원성의 경우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변이가 빈번해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적기 공급이 어려운 점 등의 이유로 사용에 제약을 많이 받는다.

보통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아온 철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3~4주 후 가금농장도 발생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최근 유럽 고병원성 AI 발생동향을 보면 유럽에서 유행한 바이러스가 6~8월께 시베리아에서 모인 철새 간 교차 감염을 통해 10월 이후 국내로 유입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 이전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닭에게 마스크를 씌울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겨울 도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농장 11개소에 대한 역학분석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농장이 기존 발생농장과 역학관련성 없이 독립적으로 발생했으며, 발생농장 모두 방역 미흡사항이 확인됐다.

야생조류에 의한 직접 전파보다는 사람·차량·야생동물을 통해 외부 오염원이 농장 내로 유입되면서 발생됐을 가능성이 높다. 방역시설이 아무리 우수한 농장이라 할지라도 농장 출입 과정에서 방역복을 갈아입지 않거나 소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축사 내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마스크를 착용한 코로나19 감염자가 마스크를 착용한 미감염자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은 1.5%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할 경우, 백신보다 높은 차단효과를 볼 수 있단 얘기다.

같은 원리로 축사 출입 시마다 방역복 및 덧신을 갈아 신고 손소독을 실시하는 등 아주 사소한 방역수칙만 잘 지킨다면 바이러스 유입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실제로 지난겨울 17종의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수칙 행정명령을 발령하는 등 고강도의 방역대책 추진으로 주요 오염원인 사람 및 차량의 농장 출입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가 가능했고, 2016년 겨울철 대비 야생조류 검출건수가 450%나 증가했지만, 가금농장 발생은 오히려 87% 감소했다.

충북도는 겨울철 이전 모든 가금농장에 대한 방역실태 점검을 추진 중에 있으며 점검결과 소독·방역시설 관리나 방역수칙 이행에 미흡한 점이 확인될 경우 시정명령을 통해 겨울 이전 보완을 완료할 계획이다.

아울러, 방역 우수농가에 대해 살처분 제외권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산란계농장 질병관리등급제 시범운영을 통해 자율방역 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궁극에는 농장의 방역수준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려 가축질병에 강한 축산업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다가오는 겨울 고병원성 AI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모든 가금농장이 한마음 한뜻으로 차량소독시설, 전실, 울타리 등 기본 방역시설을 빠짐없이 갖춘 상태에서 축사 출입 시마다 손소독을 하고 방역복·덧신을 갈아 신는 등 조금은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코로나 19 예방에서 마스크의 위력이 실로 대단했듯, 백신 없이도 바이러스 유입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이제는 농장 스스로가 강해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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