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박근혜가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최순실, 정호성과 함께 취임사를 다듬는 상황이 음성으로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최순실이 취임사를 주도하여 작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인 박근혜 수준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는 최순실, 문고리 3인방,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게 휘둘렸다. 권력 주변에 있는 자들이 국정을 농단했다. 어설픈 선무당 박근혜는 끝내 더 버티지 못하고, 2017년 탄핵 되고 징역까지 살아야 하는 비극을 맞았다.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요즘 또 다른 선무당들이 나타났다. 판사와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도대체 무슨 경륜과 가치관으로 바로 정치에 뛰어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엔 최재형에게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꽤 많은 이들이 달라붙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떨어져 나갔다.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채,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고, 공부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그에게서, 바로 옆 참모들이 먼저 손을 들고 물러선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파산 상태다. 예상했던 대로다. 능력도 안 되는 선무당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최재형보다 더 강력한 선무당, 윤석열은 어떤가? 그는 검사 때 정권 수사와 관련하여, 국회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여 많은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 국정 농단 세력을 구속함으로써 그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문 대통령은 그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그에게 검찰개혁에 앞장서 달라는 기대를 던진 것인데, 그는 이를 철저히 배신했다. 그는 검찰개혁에 맞서, 검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인사권에 대들고, 검찰권력을 남용하여 총선 결과에 관여하려고 하는 등 사실상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것도 엄청 나간 것이지만, 그래도 그가 거기서 멈췄더라면,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검찰총장을 그만둔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정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을 조정하여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이런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사람과 분야에 대해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는 다름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다. 그런데 그가 총장 때 보인 여러 행태에서 그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얼마나 천박한지 이미 잘 알 수 있었다.

윤석열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했다”, “비정규직이나 정규직 의미 없다”, “없는 사람들은 부정식품,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된다”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언행이 차곡차곡 싸여, 이제는 놀랍지도 않게 되었다. 역사에 대한 참된 이해도 없고, 시대정신을 읽어내지도 못한다. 우리 정치판에서 이런 선무당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문제는 이런 선무당 정치인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국민의 힘 안에서는 후보들 가운데 그를 따르는 정치인들이 가장 많고, 다수 언론의 엄호도 계속되고 있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 수사결과가 그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를 이뤄낸 시민들이 그의 어설픈 무당질을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까지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선무당이 부끄러운 낯으로 정치무대에서 퇴장할 날이 머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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