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주역의 64개 괘(卦) 가운데 14번째 괘에 해당하는 화천대유(火天大有)란 이름을 가진 법인과 13번째 괘인 천화동인(天火同人)을 자회사로 가진 집단이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 뜰에 참여하여 과도한 개발 이익을 가져간 것이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도시 개발과 관련하여 몰로치(H. Molotch) 등의 성장기구론에 따르면 토지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토지 자산가와 개발론자들은 기업가, 금융업자, 그리고 전문가를 참여시켜서 성장 연합을 구성하여 도시 개발 정책을 주도해 간다고 한다.

이들은 토지의 교환가치를 중시하여 기업유치, 인구유입을 꾀하여 토지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 반대로 반 성장 연합은 토지의 사용가치를 중시하여 개발보다는 환경을 중시하거나 공원 등을 만들어 삶의 질이나 환경을 보호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둘의 대결에서 일반적으로 성장기구론자들이 승리하고, 개발이익을 독점하고 권력을 쟁취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전국적으로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과 같은 유형의 사업이 부지기수이고 그 개발은 성장기구론의 논리와 같은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토지소유자는 싸게 보상을 받고, 참여 기업은 토지를 싸게 분양받아 아파트를 비싸게 분양하여 이중의 이익을 얻는다. 정치가나 개발업자들이 주장하는 개발 이익 환수는 대부분 개발단지의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도로 건설, 공공시설 토지와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화천대유는 2억5천만원 투자하여 4천억 원을 벌었고, 국회의원 아들은 관련 회사에서 5년 근무한 뒤에 50억원의 퇴직금을 받는 로또보다 더 큰 돈잔치를 하였다.

이재명 지사는 수천억원의 돈 잔치에서 1원도 받지 않았다고 하나, 성장기구론 입장의 개발을 옹호하고 지원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이러한 개발에는 논쟁이 되고 있는 여권이냐 야권이냐가 문제되지 않는다. 야생의 먹이 앞에는 모든 들개가 모여들고 힘 있는 자가 먹이를 차지하게 된다. 화천대유에 투자자만큼 많은 고문을 보면 그 판이 보인다. 그 본질은 여야정치가 아닌 돈과 권력을 가진 자와 그러하지 않은 자의 불평등을 가져오는 구조의 문제이다.

화천대유는 상괘의 태양과 하괘의 하늘을 가리키는 호괘(好卦)이지만 주역은 이러한 왕성한 운 속에 존재하는 불행의 원인을 명심해야 한다고 한다. 진정한 대유(大有)의 운으로 많이 가진 자가 칭송을 받기 위해서는 그 덕이 강건하고 지성이 넘쳐서 천명의 운을 받아야 한다. 천화동인에 동인(同人)이라 함은 남과 함께한다는 의미이다. 태양이 밝고 무한히 넓은 지상에 미치는 것과 같이 서로 공명정대한 행동을 한다면, 어떤 대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괘이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에 동인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 시민과 주민은 같이 하지 않았다. 단지 가진 자들이 누가 더 많이 가져갔는가를 가지고 싸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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