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찬 한국 동서발전 음성그린에너지건설 본부장

한겨울에도 동백꽃이 피는 따듯한 남해안에서 국토의 중심부인 음성으로 발령받아 근무한 지 어느덧 세 번째 계절을 맞이했다. 노랗게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 벼를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도 느낀다.

필자에게는 초대 음성그린에너지건설 본부장으로 발령이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탈 탄소에너지 전환의 첫 번째 사업현장 책임자 역할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고향과 가까운 지역에서 회사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부임 직후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에게 마음으로 가까이 가고자 콘크리트 바닥에 큰 절을 하던 일, 처음으로 이루어진 대화를 위해 회의실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희열과 무산 됐을 때의 아쉬움, 그리고 현장에서 갇혔던 난처한 일들이 마치 영화속 장면처럼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른다. 우리가 좀 더 노력했다면 본부지 경계인 평곡다리 사이의 거리가 지금보다는 좀 더 가까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2017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음성천연가스발전소는 이제 정부의 모든 인·허가를 받아내 추석 전·후에 내려질 최종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토지도 공익적 목적으로 인정돼 정부 승인이 나면 협의매수가 안 된 일부 토지는 수용절차를 통해 연말까지 사업용지로 편입시키게 된다. 세 번째 계절이 지나갔고 사업착수 여건이 완료됐지만, 아직도 반대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국가의 안정적 전력공급 의무를 수행하는 동서발전과 조상 대대로 살아온 토지를 잃게 되는 반대 주민과의 갈등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업자인 동서발전이 좀 더 이해하고 노력하면 다름의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업착수가 임박한 이 시점이나 후에도 동서발전은 그동안 제안해 왔듯이, 인근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발전소 인접 마을 주민소득 증대 및 환경개선 △발전소와 마을 사이 완충지역에 공원, 복지관 및 체육시설 설치 △관련 법에 의한 지역지원 사업 등을 확실히 이행하겠다.

또한, 사업착수 이후에도 대화를 이어가 법 테두리 안에서 지원 가능한 보상 방안을 적극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자리 창출과 발전소 건설·운영 시 지역업체 참여는 물론, 주민소득 증대사업 등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추진을 다각도로 노력할 계획이다.

사업승인이 임박한 이 시점까지도 반대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본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업이 착수돼도 지역주민과의 대화를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은 풍요로운 가을 속으로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런데 지난해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추석 분위기는 풍성하지 못한 느낌이다. 아무쪼록 슬기롭게 코로나19를 극복, 2022년 설에는 현장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막걸리 한 잔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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