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전례없는 집중호우와 갑작스러운 댐 방류로 수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보상 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피해 원인에 대한 책임규명이 모호한 데다 실제 보상에 필요한 조정 작업도 쉽지 않아 빠른 진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해가 발생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피해 주민들만 속이 타고 있다.

충북 영동군 양강·양산·심천면 485가구 주민들은 9일 환경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환경분쟁 조정 신청을 낸다. 149억8천700만원 규모의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전북 진안군 용담댐이 갑작스럽게 과다방류하는 바람에 수해를 입은 주민들이다.

앞서 충북 옥천군 주민 250여명도 지난 3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를 방문해 55억원을 요구하는 피해구제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들 역시 지난해 여름 용담댐 과다방류로 인한 피해자다.

지난해 8월 7∼10일 용담댐 과다방류로 전북 진안·무주군, 충남 금산군, 충북 영동·옥천군 등은 금강지류 저지대는 주택 191채와 농경지 680㏊, 축사 6동, 공장 1곳이 침수되고 481가구 768명이 긴급 대피해야 했다.

용역을 통해 집계된 용담댐 수해피해 주민손실액은 영동과 옥천 외에 금산군이 237억3천만원, 무주군이 81억원, 진안군이 1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상류 댐 방류로 인한 피해는 용담댐 말고도 섬진강댐, 합천댐 하류 지역도 컸다. 이들 지역의 피해 주민들도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전국적으로 댐 방류 피해 지자체가 17곳이나 된다고 하니 보상 요구액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분쟁조정제도는 환경피해를 입은 경우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합의해 나가는 절차다. 개인이 수해피해로 환경분쟁조정법이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환경피해 대상에 ‘하천시설 또는 수자원시설로 인한 하천수위 변화에 따른 피해’를 추가하면서 댐 방류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에 대한 보상이 가능해졌다.

다만, 문제는 피해 금액에 대한 인정 범위와 보상 시기가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다.

최근 환경부가 내놓은 수해피해의 최종 조사용역 결과를 보면 수해원인은 △집중호우와 댐 운영 관리 및 관련 제도 미흡 △댐·하천 연계 홍수관리 미비 △하천의 예방투자 및 정비 부족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와 댐 관리 기관의 인재를 부정하진 않았지만, 지자체를 포함한 기관 간에 보상 책임을 놓고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제대로 된 보상안이 나오지 못하면 피해주민 각각이 다시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분쟁조정 절차는 통상 9개월 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조정이 여의치 않으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뜩이나 수해로 1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이다. 사전방류를 통해 댐을 비워놓지 않 고수위를 유지하다 과다방류로 이어진 것도 확인된 만큼 피해 책임을 놓고 줄다리기할 계제는 아니다.

정부는 가급적 연내 지급을 목표로 충분한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쟁조정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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