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류가 자멸의 위기에 처하는 재난영화는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영화 ‘터널’에서 주인공이 집에 가는 길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산사태로 터널에 갇혀 하루하루 버텨가는 장면은 비단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한들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폭염과 가뭄, 산불 등 올여름 유난히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지구촌 일대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산림 분야에서의 재해도 ‘인재’와 ‘천재’로 나눌 수 있는데, 재해발생 원인 분석과 함께 사전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국지성 집중호우와 예상치 못한 강력한 태풍 등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산사태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6천175건으로 복구비용은 3천316억원에 이르고 피해면적 또한 1천343㏊로 여의도 면적(290ha)의 4배에 웃도는 수준이다. 산사태는 몇 년에 한 번씩 걸러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천재지변이고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고이다.

산사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방댐 설치율은 전국평균 47.8%로 산림재해 취약지역 2곳 중 1곳에만 사방댐이 설치된 수준이다. 충북의 경우 취약지역 1천767개소 중 824개소에 사방댐이 설치돼 46.6%의 설치율을 보이고 있으며, 도내 전체 면적의 약 67%에 달하는 산림면적을 감안할 때 사방댐이 필요한 대상지는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혹자는 “산사태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곳에 많은 예산을 들여서 사방댐 설치하는 것이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산림재해 안전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산사태 발생의 최대 요인인 비는 게릴라성 폭우와 수일간 누적된 연속강우량에 의해 산사태를 유발하며,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7~8월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사방댐 설치 시 상류로부터 토석류를 저지해 하류의 토사 유출을 경감시키고 토사가 쌓이면 기울기가 완화돼 계상침식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홍수가 났을 때 계상이 완만해져 있기 때문에 유속이 느려지고 토사 유출을 차단해 산사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2006년 강원도 집중호우 피해 시 사방댐이 계획억제 토사량보다 약 190%의 유출토사를 억제해 하류지역을 보호했고, 2017년 청주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에도 청주시 가덕면 한계리 소재 마을 상부의 사방댐이 토사석력을 조절해 하류지역 피해를 최소화했다.

사방댐 설치 대상지에 대한 패러다임도 시대에 맞게 변하고 있는데 산지 최상부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토석류를 일차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계곡 상부에 사방댐을 설치하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하류지역 마을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생활권 주변 위주로 설치하고 있다.

산사태로 인한 민가주택과 농경지의 피해를 막고 재해방지 구조물로써 지역주민과 함께 공존하는 사방댐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재해는 사전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인간은 자연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재산과 생명을 잃고 난 후 사후약방문은 아무리 두들겨도 소용이 없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산사태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최우선적인 대책방안은 ‘사방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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