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지구를 휩쓴 대홍수 때 이야기이다. 모든 동물이 노아의 방주를 찾아와 태워주기를 호소했다. 선(善)도 서둘러 달려왔다. 그러나 노아는 선을 태우기를 거절했다. “나는 짝이 갖춘 것만을 태우기로 하고 있다.” 그래서 선은 숲으로 들어가, 자기의 짝이 될 상대를 찾았다. 그리하여 악(惡)을 데리고 배로 돌아왔다. 그 뒤로 선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악이 있게 되었다. 탈무드의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있고 악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선한 사람은 잘살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가르친다. 그러나 현실 세계를 보면 꼭 그러하지 않다. 선한 사람은 힘들게 살고, 악한 사람은 돈도 많고 권력도 가지면서 선한 사람을 지배한다. 이러한 사회를 보고 사람들은 악한 행동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사람을 죽이고, 힘없는 사람에게 갑질을 하고,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성범죄 전과자 강윤성이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다가 붙잡혔다. 그는 강도강간·강도상해 등으로 총 14회 처벌받았다. 그는 취재진 마이크를 발로 차고, “더 못 죽인 게 한”이라고 하였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똑같은 성범죄 전과자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3개월 만에 여성 2명을 살해하고 자수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하루도 빠짐이 없이 악의 대표적인 표상인 살인에 대한 뉴스가 신문과 인터넷에 올라온다.

탈무드 이야기에 의하면 이러한 악이 있으면 그 옆에 선이 같이 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날짜의 몇 개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니 선한 뉴스를 보기 어렵다. 대부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행하는 이야기들이다.

어렵사리 찾은 선하면서 신선한 뉴스 하나를 발견하였다. 지리산 자락 등구재에서 시를 쓰는 박남준 시인 이야기이다. 그의 소박한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가 문학상 두 개를 잇달아 받게 되면서 시상금으로 3천만원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한 달 생활비 30만원으로 충분한 살림에 갑자기 목돈이 생기자 무서워서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예전에 인세로 큰돈이 들어와서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하다가 집수리하고 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통장 잔고가 원래대로 돌아가니 그제야 발 뻗고 잤다는 이야기이다. 이번에도 과거와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한다.

악한 소식이 있으면 그에 비례하여 선한 소식도 있었으면 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것은 탈무드 이야기가 거짓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악보다는 선에 대해서 인식하는 힘이 한충 약하다고 한다. 그러한 인간의 심리를 언론매체가 이용하다 보니 악한 소식만 전하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을 찾지 않는다.

장자는 “하루라도 선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이 저절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에 악한 소식만큼 선한 소식과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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