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갑작스레 중단하기 시작하는 등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대출로 대출이자를 감당해왔던 소상공인이나 ‘영끌’과 ‘빚투’에 나섰던 20·30대 사람들은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19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각각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게다가 주요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돈을 빌리는 사람의 연봉 수준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특히 전세대출마저 중단될 조짐에 가을 이사철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동산 2법의 시행으로 천정부지로 높아진 전세가격 때문에 전세갱신을 목전에 둔 이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러하자 대출 창구가 완전히 닫히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상담전화가 은행에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급감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자영업자들은 본격적인 대출규제로 인해 대출로 대출이자를 메꿔오며 버텨오던 길까지 막혀버린 셈이다.

이렇듯 은행들이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에 나선 데에는 금융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간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계부채를 통제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당국이 단계별로 적용을 검토하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는 제2금융권 규제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대출 규제가 본격화 되면서 자금이 꼭 필요했던 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공급은 등한시한 채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로 돌리며 강력한 규제 시행한 탓에 오히려 집값 급등의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급등하는 집값을 보며 ‘벼락거지’가 될까 우려한 나머지 소위 ‘영끌’ 에 나서며 집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못한 사람들은 천정부지로 상승한 전세금 마련을 위해 또 빚을 낼 수 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형국이 됐다.

금융 당국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7월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1천936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섰고 증가 속도 또한 전년 대비 9.5%로 주요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국은 대출 규제를 통해 집값 상승을 잡아보겠다는 계산이 가장 앞서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돈줄을 조이더라도 부작용 없게 국민들에게 충분한 예고와 시간을 주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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