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충청매일] 며칠 전 청주시 금천동에 있는 한 갤러리 카페에 다녀왔다. 오래된, 크지 않은 건물을 손을 보아 만든 소박한 미술관이다. 이용화의 ‘어린 이카루스’ 전이 열리고 있었다. 작은 동네 미술관이라 더 가깝게 느껴졌다. 손바닥 세 개 정도 크기의 작은 그림도 두 개 샀다.

내 사무실에는 이용화 작가의 대표작 ‘너무나 꽃스런’이 걸려 있다. 작가의 두 번째 전시회 때 어떤 사람이 산 것을 문종연(문화종자연구인)이라는 별칭을 쓰는 친구가 가져다주었다. 올 연말까지 내 사무실에 있던 판화와 서로 바꾸어 갖고 있기로 했다.

그와는 8~9년 전쯤 ‘지역작가와의 만남’에서 알게 됐다. 그가 준 이충렬의 책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을 읽고 그림에 쏙 빠져들었다. 그가 발로 응원한 르 꼬르뷔지에, 자코메티 전시회 등에 다녀오고, 그가 주어 읽은 책만 해도 10권이 넘는다. 그에게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문화에 대한 열정과 실천이 있다. 난 이 매력에 빠졌다.

그는 발로 문화를 응원한다. 부산에 이우환 미술관이 생겼을 때 이를 축하하기 위해 그는 청주부터 부산까지 뛰어갔다. 1주일에 한 번씩 개관을 축하하는 깃발을 배낭에 꽂고 뛰어간다. 그렇게 뛰어가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미술(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문화를 응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단 한 가지, 위 일만 갖고도 그의 남다름(개성)에 반했다.

그는 위와 같은 응원을 2001년께 인가부터 했다고 한다. 그는 1년 전 청주서 진행하는 ‘휴먼북, 사람을 읽다’라는 행사의 주인공이 됐다. 그 모임에는 그가 처음으로 응원 간 서울 갤러리에서 일하는 분들도 오셨다. 십수 년의 인연이 아직 이어지는 것은, 그의 발로 하는 문화응원이 조금도 식지 않고 더욱더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발로하는 문화응원 말고도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화행사에도 거의 빠지지 않는다. 김은숙 작가가 진행하는 ‘휴먼북’과 ‘작가와의 만남’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몇 년간 진행된 ‘풀꿈환경강좌’에도 빠진 적이 없다고 한다. 나도 가는 ‘지역작가와의 만남’에서도 2대 좌장을 하고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다.

그는 거미 같은 사람이다. 마치 거미처럼 지역, 사람, 거리를 가리지 않고 문화의 거미줄을 친다. 나도 그의 거미줄에 걸렸다. 그렇게 깊고 넓게 쌓인 그의 내공은 어떨까?

불가에서 보살은 깨달음을 얻고도 사바세계에서 깨닫지 못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극락에 가지 않는 분이다. 자비심의 극치다. 문종연의 문화에 대한 이해, 깨달음의 추구는 수행자의 구도(求道)와 같다. 그는 문화에 어두운 중생들을 일깨우기 위해 자신의 온 힘을 다한다. 그것이 보살이 아니고 무엇이랴. 난 그를 ‘문화보살’이라고 부른다.

1년 전 행사에서 한 분이 물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찾아다니면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느냐고. 그의 가정은 전혀 넉넉하지 않다. 그는 얼마 되지 않는 재산과 시간을 최대한 쪼개 한다고 했다. 그것이 더 절절한 구도이고 자비심일 것이다.

문화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다. 이 문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같은 게 있을 수 없다. 최근 정치판에서 윤석열, 최재형이 보이는 천박함은 문화에 대한 참된 소양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보살의 구제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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