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치권 내에서 ‘여성가족부’ 존폐를 놓고 논란의 수위가 높다. 논란의 중심에는 야당 대권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차기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내걸면서 정치권 정쟁에 불이 붙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여가부 폐지’ 동조와 ‘통일부 폐지’를 들고나와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정치권에 기름을 부은 듯 활화산처럼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여가부가 있다고 젠더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뿐더러, 통일부가 있지만, 통일에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니 없애자”고 의중을 밝혔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발끈하는 모습이다.

특히 여가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2월 대통령 직속으로 여성 귄익신장을 위해 여성특별위원회의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0년 한시적 조건으로 ‘여성부’ 부처의 문패를 달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여성부 폐지를 거론했으나 여성계 단체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축소 쪽으로 가닥을 잡고 현재까지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여성 문제는 과거와 비교해 사회적 성평등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여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면에서 약자에 속하는 게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는 성평등을 주장한다. 행동을 그렇지가 않아 소극적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성폭력 등 여성 폄훼를 온몸으로 당하고 있는 피해자가 바로 여성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여가부 무용론 발언으로 여·야 정쟁의 불씨를 지폈다.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성평등 사회를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며 미투 운동을 이끌었다.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쓴소리도 나왔다. 제1야당의 당 대표라면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와 무엇이 젠더 갈등이 악화시키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안착과 해결책 제시가 우선이라는 비난 섞인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일부 여성단체가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을 밝히며, 국민의힘의 여가부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는 행동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23일 바른여성인권연합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1인 피켓 시위의 행동에 나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바른여성인권연합은 여가부가 여성을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여성해방론자들의 이념을 실현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더 이상 여성해방론자들의 여성 권익 대변자 코스프레는 안 된다는 뜻도 내비쳤다.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여가부는 해체가 답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또 수많은 여성들이 결혼해 아들 딸 낳고 생활하는 게 해방시켜야 할 평가 절하의 문제인가를 꼬집었다.

다른 이유도 있다. 35조원에 달하는 ‘성인지 예산’을 집행하는데,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게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여가부 폐지 근원의 발단이 됐다. 

이뿐만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여가부 유지의 존재에 대해 불신하는 발언들이 나오면서 폐지쪽으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결국 여가부는 다급한 모습을 노출시켰다. 정영애 장관이 직접 나서 여가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대중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영을 약속한 여성가족부의 폐지 문제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여·야의 합의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결과에 따라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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