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문학작가회 수필가

 

톨스토이의 동화중 ‘황제와 청소부’ 이야기다. 옛날 어느 왕국의 황제가 큰 잔치를 베풀었다. 이날 이 잔치에 참석한 사람중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사람에게 왕과 왕후 사이에 앉게 하고 금과 보석 등 푸짐한 상품을 준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손톱을 다듬고 향수를 뿌리고 손에 좋은 것을 덕지 덕지 바르고 자신이 뽑히기 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왕은 영광의 주인공을 뽑았다. 그는 다름아닌 궁중의 청소부 할머니였다.

평생 일만 해온 청소부의 손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거칠고 줄음이다. 그 손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왕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손은 땀과 수고 그리고 성실로 장식된 가장 아름다운 손이다.” 이 우화를 읽으면서 불현듯 옛 어머니의 손이 눈에 어른거렸다. 유년시절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올망 졸망 매달린 팔남매를 건사하느라 손끝에 물마를 새 없고 농가의 하루도 쉴 틈 없이 가사노동과 농사일로 시달렸다. 손이 트고 논배미처럼 손바닥이 갈라진데는 헝겁에 밥풀을 짓이겨 배접을 하여 붙이고 일을 하셨던 어머니의 손! 자신의 안일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하는 어머니의 손이었다.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확진자가 폭풍처럼 늘어만 가고 델타변이 바이러스로 거리두기 4단계로 올렸시만 확진자는 네자리 수로 급증했다.

간호사의 손! 무더위 속에 방호는 큰 짐인데도 구슬 땀을 흘리며 입었고, 백신을 접종 하느라 숨 한번 마음놓고 쉬지 못한 그들의 손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제 목숨처럼 여기며 희생 봉사하는 손이다. 뒤늦게 구입하고 뒤늦게 시작한 백신 접종을 말없이 봉사하는 간호사들의 손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간호사는 백의(白依) 천사(天使라 부르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백가지 일을 해야하는 ‘백일(百日)의 전사(戰士)’가 돼야 했다. 응급환자를 옮겨 줄 사람 없어 직접 그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처고 대체일력이 없어 허리 복대를 갈아매가며 환자를 돌봤고, 근무시간이 끝나도 돌보던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를 닦으며 관리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려는 생명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자부심 보다 축 처져 있을 간호사들의 어깨가 슬프게만 느껴진다.

하루 확진자가 수천명이 늘어 방호복을 입고 무더위 속에 구슬 땀을 흘리는 간호사의 장갑낀 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 아닌가.

나이팅게일의 선서문에 “나는 일생을 외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 합니다.” 단 한번의 실수도 허락해서는 안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 땅의 간호사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있는 정책은 없는 것일까.

병원에서 의사 만큼이나 중요한 역활이 간호사다. 환자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간호사가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그들의 인권과 존재가 존중 받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 모두의 생명권 건강권이 보장 될 수 없다.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과 과중한 업무 개선은 바로 우리 모두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는 길이다. 그래서 그들의 희생과 봉사의 손길은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점에서 청소부와 어머니의 거친 손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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