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참사 가족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서울시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유족들이 광화문광장 내 설치한 천막과 분향소를 철거하는 대신 전시공간을 마련해주기로 하고 조성한 공간이다.

당시 서울시는 유족들과 협의를 통해 2019년 말까지 기억공간을 운영하기로 했다지만 유족들은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지난해 11월까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지연되면서 세월호 기억공간 운영도 연장됐다.

최근 공사 시작을 앞두고 기억공간을 해체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기억공간에는 많은 국민들이 수시로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해 최근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의 재구조화 사업을 이유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공사기간 동안 철거가 아닌 서울시의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전이 아닌 철거를 주장해 세월호 가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시 의회는 서울시 오세훈 시장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가족협의회 요구를 들어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철거를 강행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가족협의회가 대립하고 갈등하자 서울시의회 관계자들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재를 위해 기억공간 현장을 찾았다. 서울시의회에 임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유족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가족협의회 측은 기억공간 안에 있는 기록물과 사진 등 물품을 시의회에 임시 보관하기로 하고 27일 짐정리에 나섰다. 유족 측은 서울시 의회로 짐을 옮기는 것이 끝이 아니라고 했다. 가족협의회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있어 시민과 가족 의견을 들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서울시에 요청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억공간을 해체하게 됐지만 재구조화 사업 이후 취지에 맞는 공간이 광화문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한다. 광화문 재구조화 조성 공사가 끝나고 나면 기억의 역사를 오롯이 이 광장에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세월호 사건은 온 국민에게 끝나지 않은 숙제이며 끝낼 수 없는 과제다. 광화문 광장에 기억공간을 마련해 두고두고 기억해야할 일이다.

유족 측은 기억공간 임시 이전 후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요지부동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철거를 중단하고 재설치 계획 등을 권고해달라며 지난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을 내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은 유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온 국민의 가슴에 트라우마로 남았다. 광화문 기억공간은 가족들만의 기억공간이 아니다.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다.

오 시장은 광화문 재구조화 후 기억공간존치 여부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기억공간 철거가 세월호지우기가 돼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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