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충청매일] 윤석열이 군인이었다면 지금 어땠을까? 그는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대통령이 조국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자, 이에 맞서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윤석열 검찰은 정권과 조금이라도 연결될 것 같은 의심만 있으면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렀다. 노골적으로 정권의 목숨줄을 움켜쥐려고 한 것이다. 검찰 쿠데타(검란)였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은 정권의 목숨줄을 잡을 만한 사건은 만들지 못했고, 그런 사건이 나왔더라도 대통령에 대해 직접 칼을 겨눌 수는 없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하기 때문이다(헌법 제84조). 그런데 검란을 서슴지 않은 윤석열이 군인이었다면, 바로 대통령에게 총을 들이대는 쿠데타를 하지 않았을까?

윤석열은 총장에 있을 때부터 자신이 직접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적 욕망을 품었고, 그것을 주된 이유로 하여 징계까지 받았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은 지난 19일 윤석열의 징계 취소소송 사건 증언에서, “저는 전체적인 징계 과정에서 총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 훼손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국민으로부터 총장이 정말 정치적 중립을 지켰는지 보면, 총장 자격이 없는 거라 본다”고 했다. 윤석열이 일으킨 검란은, 그가 총장 옷을 벗었지만, 아직 진행 중이다.

윤석열은 제헌절인 지난 17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아 비석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시울을 붉히고, “3·1운동, 4·19정신을 비춰보면 5·18민주화운동 정신 역시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정신이다. 헌법 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한다”고 했다. 아주 엄혹한 시기, 독재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뜻으로 읽히기를 바랐겠지만, ‘부당한 현 정권’에 맞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자신과 5·18 광주 시민을 가당찮게 동일시하면서, 나름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그가, 지난 20일 대구를 찾아서는, 지난해 코로나 방역 초기, 대구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면서,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더라면, 정말 질서 있는 처치나 이런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다 하는 얘기를 할 정도”라고 했다. 3일 전, 윤석열한테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말을 들은 광주 시민들이 위 ‘민란’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대통령이 되는 욕심에 가득 찬 윤석열의 진짜 마음에는, 5·18은 시민들이 무질서하게 자신들 이익만 추구한 ‘민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온 게 아닐까?

그가 총장으로 있을 때만 해도 검찰의 조직력과 수사권을 이용해 다수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최고 권력을 꿈꾸며 스스로 이미지를 가꿀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언론이 아무리 보호망을 쳐 주려고 해도, 시민들과 날것으로 만나야 하는 정치인 윤석열의 그릇되고 허약한 가치관을 다 감출 수는 없다. ‘민란’, ‘주 120시간 근로’, ‘세금은 왜 걷나’ 등의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말들이 이어지면서, 검란으로 시작된 그의 무모한 욕망도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보기 안쓰럽지만,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든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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