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100여년 전 뉴욕시에 1만5천명의 여성 의류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 저 짧은 노동시간, 더 나은 노동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파업을 했다. 그 후 여성의 노동 지위가 개선되었다고 하나 OECD 국가를 중심으로 모든 국가에서 여성 차별의 개선 속도는 너무도 느리다.

이러한 차별에 대하여 매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지수는 교육 성취도, 노동 시장 애착, 급여 및 고위직 대표성을 포함한 10개 지표로 종합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여성 노동력의 비율은 64%로 약간 증가했지만, 여전히 남성 평균과 16%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는 1~4위까지 북유럽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 약 59.6점보다 보다 낮은 국가로 미국,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등이 하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우리는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29위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여성 고등교육 이수율은 항상 수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유리천장 지수는 2021년 24.8점으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성별격차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2020년 한국은 0.672로 108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웃 일본이 121위라고 위안을 할 위치는 아니다.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0개 기업 중 70곳은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은행이나 공기업에서는 여성지원자를 배제하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고, 민간기업의 여성 성희롱과 성폭력은 아직도 일상화되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성은 채용에서 항상 여성이라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 결혼, 임신,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여성인데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남성에게 묻지 않는 질문을 받아야 한다.

정부도 그 질문을 받고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를 만들었다. 정부조직법은 여성가족부는 ‘여성정책의 기획ㆍ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청소년 및 가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져서 사회와 근로 현장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야권 대표와 대선주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화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여 갈등을 조장하고, 권력형 성범죄에 침묵하고, 추진하는 정책이나 사업은 질 낮은 인력과 관련된 것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이 지속하고 정책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여성가족부가 있다는 것으로 여성차별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과 같이 여성으로부터도 외면받는 부처로 존재하는 한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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