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지만 이번에도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매년 그렇듯이 노동계는 저임금 근로자의 삶을 외면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도외시했다고 불만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저임금 철폐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9천160원이다. 올해 8천720원보다 440원(5.1%) 오른 금액이다. 이번 협상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경영계는 동결 수준의 최소 인상을 주장했다. 양측의 대립으로 9차례에 걸친 전원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자 결국 최저임금 고시 법정시한 마지노선인 지난 13일 자정을 앞두고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을 표결에 부쳐 결정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은 191만4천440원이며 이는 주휴시간을 포함한 월 209시간을 산정한 결과다. 이는 올해(182만2천480원)보다 9만1천960원 많은 수준이다.

역대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내년도 인상률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후 30여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이 5.1%보다 낮은 해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친 1998년(2.7%)과 1999년(4.9%),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2.6%),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2.9%)와 올해(1.5%) 정도에 불과하다.

내년도 인상률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3%다.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 7.4%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유독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저항을 받는 것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 2018년 16.4%, 2019년 10.9%라는 과도한 인상의 그림자라 할 수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최저임금 인상안을 내놓고 극한 대결을 하는 양상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을과 을의 비인간적인 대립 구도가 되풀이되는 상황에 개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해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용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최저임금이 또 다른 약자인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미 일정 수준까지 오른 최저임금은 일부 업종에선 심각한 비용 부담 요인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도 인상폭이 발표되자 영세업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최악 상태인 내수 경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고용인원을 줄이거나 무인점포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근로자를 위한 제도인데 근로시간 감축과 고용 축소라는 부작용이 생긴 셈이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구성과 진행 방식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제도 개선을 다시 논의해 봐야 할 시점이다.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을 비롯해 매년 야기되는 소모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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