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숙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충청매일] ‘탄소는 발자국을 남긴다’라는 어느 기업의 TV광고를 보면서 도대체 탄소 발자국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던 경험이 있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의 생산 과정부터 가공공정, 상점에 이동해 소비되고 버려지는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총량을 그램(g)으로 환산해 제품 포장재 등에 표기한 환경 지표로, 탄소의 흔적이라는 뜻에서 ‘발자국’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이는 탄소 배출량을 가시화해 소비자가 환경을 위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개념은 1996년 캐나다의 한 대학 연구실에서 비롯됐고, 이를 인증 및 라벨링 제도로 구현한 것은 영국의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 트러스트’이다. 이후 유럽 몇몇 국가와 일본 등지에서도 탄소 라벨링 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탄소성적표시제도가 시행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으며, 2020년 12월 기준 총 4천33개 제품에서 탄소 라벨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커피를 예로 들어 탄소 발자국을 확인해보자.

커피 한 잔의 탄소 발자국에 농장에서 재배한 원두가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가 될 때까지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포함돼 있다. 원두 운반에 필요한 연료와 로스팅 기계 등 카페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비에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가 그 중 일부다. 보통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21g, 카페라떼는 340g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카페라떼가 아메리카노에 비해 탄소발자국 수치가 높은 이유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젖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탄소발자국은 생산지와 구매지의 거리, 원료의 생산 방식, 제품의 원료 채취 방식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개인이 스스로 그 수치를 환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몇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일상에서 배출한 탄소량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 ‘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 누리집(www.kcen.kr)’에 접속하면 내가 쓴 전기나 가스, 수도, 교통 등 일상 속 CO2 발생량은 물론, 그를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소나무가 몇 그루인지 알려준다.

평소 우리가 무관심 속 흘려보내는 수돗물이나 깜빡하고 켜둔 전기가 지구에 얼마나 많은 나무를 필요로 하는지 그 숫자를 살펴보면 무심코 환경에 가하는 위해의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가 탄소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일회용품 대신 장바구니·텀블러·손수건 사용하기, 빨래는 모아서 세탁하기, 샤워  시간은 짧게 끝내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지구를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이와 더불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기업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좋은 방법이다.

또 적절한 실내 온도 유지와 절전형 전등을 사용하고, 쓰지 않는 가전제품 플러그는 뽑아두고, 걷거나 대중교통 이용을 생활화하는 것만으로도 탄소발자국 흔적을 조금 지울 수 있다.

우리가 산으로 가서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거나 친환경 차를 새로 구입하는 것은 당장 실천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생활 속 탄소의 흔적을 지우는 작은 실천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구의 건강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또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우보만리(牛步萬里)처럼 변화의 한 걸음을 내딛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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