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지구의 종말을 보는 것 같다. 캐나다 폭염으로 수십명 사망. 캐나다 49.5도 펄펄 ‘열받은 지구’ 폭염 비상. 지난 며칠 사이 지구 반대편 캐나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온에 대한 언론보도 제목들이다. 캐나다는 일반적으로 6월에도 20℃ 내외의 기온을 유지하는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초봄, 늦가을 기온과 비슷하다. 그런 캐나다가 지난 6월 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30도 가까이 높은 기온이다.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에서도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고 한다. 캐나다는 여름에도 날씨가 덥지 않았기 때문에 에어컨이 있는 집이 거의 없고, 그래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체육관 같은 냉방시설을 갖춘 공공시설에 임시 피난센터를 마련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이상기온 현상은 미국과 캐나다 북서부를 맴도는 고기압 열돔(heat dome) 때문이라고 한다. 열돔은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반구형(돔) 모양으로 뜨거운 공기를 지면 가까이 가두는 현상이다. 마치 요리 중인 냄비에 뚜껑을 덮은 격이다. 전문가들은 이 열돔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의 기온 상승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도 폭염은 있었으나 올해는 인간이 초래한 결과라고 한다.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적 탄소배출 증가가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캐나다의 열돔 현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는 안전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이미 열돔 현상을 경험했다. 2018년 유래없는 긴 폭염일수를 경험했다. 사상 최고의 평균기온, 강수일수, 폭염일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불과 2년 후인 2020년은 가장 긴 장마를 겪었다. 이상기온은 사람이 가끔 몸이 아파서 앓듯이 지구가 앓는 증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아픈 증상이 점점 더 자주, 더 강하게 찾아오고 있고, 인간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두려운 점이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20여 년 전,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면서 두 가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나는, 애니메이션의 설정 즉, ‘마지막 전쟁으로 대부분 인류가 멸망하고 오염이 심각하여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구’가 너무 낯설었다. 두 번째는, 이 애니메이션이 개봉된 시기가 1984년인데, 이 시기(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에 대해 관심이 없던 때)에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라는 것이다. 필자가 이 영화를 처음 본 2000년대 초반이라면 모를까 1980년대라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바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부해라고 불리는 숲과 거기에서 날아오는 유독한 포자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 바다 가까이의 일부 지역에서만 사람이 살 수 있다. 지금 캐나다는 열돔으로 인해 북극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막혀있다. 즉, 차가운 북풍이 불어오지 않기 때문에 온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열돔처럼 도시에는 열섬현상이 발생한다. 이 열섬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과 숲이 만들어 주는 바람이 필요하다. 30년이 넘어서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고 나무를 베어버리면, 산업단지 하나는 지을 수 있겠으나, 도시는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 될 것이고, 열섬 때문에 도시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무심코 불어오는 바람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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