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인간이란 ‘시간적 존재’이다. 금강경에선 ‘몽(夢:과거)-전(電:현재)-운(雲:미래)’으로 시간을 비유했다. 지나간 과거는 꿈결 같고, 현재는 번개같이 지나가고, 미래는 구름과 같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귀국하기 전까지 중국에서 5년 세월이 꿈결만 같다.

중국의 고등학교는 규모면에서 엄청나고,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도 4천명이나 되며 모든 학생이 기숙사생활을 한다. 오전 6시부터 아침식사를 해야 한다. 중국학교에서는 공짜란 없다. 각자 식권을 사서 알아서 먹어야 한다.

지금도 ‘딴따단! 딴따단! 딴따단---’ 새벽 5시50분만 되면 하루의 일과를 알리는 기상나팔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일어나자!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자들이여! 중화민족에 위험이 닥쳤다. 우리의 피와 살로 장성(長城)을 새로이 쌓자. 일어나자 인민들이여! 일심으로 단결하여 적의 포화로 헤쳐 나가자! 전진, 전진, 전진!” 이것이 중국의 국가다.

이렇게 아침 6시에 고단한 하루 일과가 시작되면 저녁 10시에야 취침 나팔소리와 함께 하루 일과를 마친다. 

나에게 배운 학생들 중 50여명이 한국대학으로 진학하여 공부하고 있다. 한류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중국의 청소년들에겐 한국이 동경의 대상이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멋있고, 한국이 좋아서! 한국대학으로 진하고 싶어요!”

중학교는 마카오에서 졸업하고 나와 만난 ‘가영이’를 보면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말이 생각난다. 학업은 물론이고 미모나 매너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학생이다. 그녀에게 목표를 물으니 ‘서울 중앙대학 진학’이라고 분명히 했다. 진학 당초엔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하여 뒤떨어지지 않을까?’란 걱정도 했지만, 그것은 기우(杞憂)였다.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는 편의점에서 알바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도, 2학년부터는 졸업할 때까지 계속 장학금을 받는 등 우수한 성적으로 금년에 졸업했다. 지금은 상해에서 인턴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영국의 대학으로 진학하여 박사학위까지 마치려 한다고 한다. 졸업할 때 그의 통장엔 알바로 모은 돈이 수 천 만원이 된다고 한다.

“선생님 저는 항상 한국과 한국민에게 감지덕지(感之德之)합니다. 저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선거가 있고, 자유가 있는 한국이 부러워요. 대통령과 서울시장, 국회위원도 내손으로 뽑는 ‘선거’가 너무 멋있어요! ”라고 ‘가영이’는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 7월 1일은 중국공산당100주년 기념일이다. 베이징 하늘에 첨단군용기를 띄우는 등 붉은 물결이 요란스럽다. 시진핑 주석은 “외부세력이 우리를 괴롭히면, 14억이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쳐 피가 날 것이다”라고 했다. 붉은 대륙이 굴기(?起)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겠다’는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중국공산당 100주년에 즈음하여, 우리의 소중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지켜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감사와 덕분을 아는 것이다. ‘감지덕지(感之德之)’ 하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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