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어르신이 통장에서 돈을 대신 찾아달래요.”

통장이 불쑥 꺼낸 이야기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센터에 ATM기가 있었나?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달란 소린가? 엉뚱한 생각들을 치워버리고 사정을 들어보니,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 도움을 요청하셨다는 내용이었다.

건네주신 통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찍혀있어 의아하게 생각됐지만, 일단은 어르신 댁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 찬 낡은 집에 계신 어르신은 거동이 불편한 탓에 돈이 있음에도 찾을 도리가 없어 3일 동안 식사도 못하고 계셨다. 담당 마을 통장께서 어르신의 상황을 파악해 재빨리 우리에게 알려주신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지금은 요양원 식구들의 보살핌 덕분에 힘들게 치운 집이 당분간 필요 없어졌다며 아쉬움 반, 행복함 반이 섞인 미소를 지어주셔서 우리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어르신께서는 수급자·차상위 기준을 초과하는 재산이 있어 지원 대상으로 모니터링되지 않는 탓에 통장의 관심이 없었다면 발견이 힘들었을 것이다. 목행용탄동 맞춤형복지팀에서 반년간의 공직생활을 경험하면서, 내 생각보다도 어르신처럼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여러 번 놀랐다.

우리 충주는 이웃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힘쓰고 있는 시민들의 활동을 돕고자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했다. ‘희망등대’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위기가구 보호를 위한 인적 안정망을 확대코자 개설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채널이다.

충주시민 누구나 채팅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의 상황을 쉽고 빠르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희망등대’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또한, 기존 대면 방식이 아닌 1대 1 비대면 방식으로 코로나 시대에 더욱 안전하며 대상자의 신상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채팅을 통해 위기가구가 접수되면 희망복지지원단이나 읍면동 복지담당자가 현장을 확인한 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활발한 이웃사랑을 실천해 주시는 ‘시민 희망등대’의 활약으로 우리시도 이웃들도 큰 힘을 얻고 있다.

‘희망등대’의 운영에 거리나 시간의 구애 없는 즉각 소통을 가능케 한 기술의 역할이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을지라도 따뜻한 관심으로 이웃을 살피고 아낌없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의 마음 없이는 불빛 없는 등대에 불과했을 것이다.

오늘도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보건복지상담센터 ☏129, 지역민원상담센터 ☏120, 복지로 ‘도움요청하기’ 등 많은 사람들이 힘을 다해 지역의 어두운 그늘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 또한 어둠을 비추는 불빛의 하나가 되고자 다시금 각오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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