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학 소설가 단편집 ‘시(詩)를 팔다’ 출간

단편집 ‘시(詩)를 팔다’ 표지.
소설가 전영학씨.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소설가 전영학씨의 두 번째 단편집 ‘시(詩)를 팔다’(고두미/1만3천원)가 출간됐다. 이번 소설집에는 첫 소설집 ‘파과’ 이후 새롭게 발표한 단편 11편을 담았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존재의 의미, 그것은 진부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끈적끈적한 화두 가운데 하나다.

작가는 우리네 삶을 낙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무시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그의 소설이 출발한다. 고뇌와 정한(情恨)이 없는 삶은 생명체가 아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이 모든 것을 걸머메고 ‘절대 선’을 찾아가는 행려(行旅)임을 자처한다. 발걸음 앞에는 도처에 사막 같은 척박함이 도사리고 있다. 목숨을 부지하고 있기에 멈출 수도 없다. 때로 눈물을 말리는 고혼(孤魂)의 울림이 있다 해도 그건 한낱 치장으로 인식된다.

‘시(詩)를 팔다’에 담긴 단편은 표제목인 ‘시를 팔다’를 비롯해 ‘우화등선’, ‘부적, ‘그 가을의 소묘’, ‘검은새 한 마리’, ‘설령 나그네새, ‘영물에 관한 명상’, ‘단무지’, ‘그대, 도미니카’, ‘아네모네 한 송이’, ‘흑산에 달이 지거든’ 등이 실렸다.

작가는 “근래 몇 년 명산들을 여러 곳 올랐다. 아주 조심을 했건만, 길을 잃고 한나절을 헤맨 적도, 빙벽 로프에 꼼짝없이 매달린 적도 있었다. 야수(野獸), 독충, 뇌우, 한파 등과의 조우를 각오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나는 왜 산에 올랐던 것일까. 왜 그토록 사서 고생이었을까. ‘산이 거기 있으니까.’ 이 말은 나에게 무의미했다. ‘높으니까.’ 그러했다”며 “내 소설 테마는, 내가 알 수 없는, 해결할 수도 없을 것 같은, 그 무엇을 ‘찾기’ 위함에 매달려 있었다. 더 먼 아득한 지평선 끝이나, 오묘하고 비밀스런 하늘 모퉁이 어디쯤에서라도, 혹 보이는 게 없을까, 그 우둔한 열망 때문”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이제 산에 오르기를 그만두었다. 작가 스스로 ‘찾기’ 노력이 허망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평지에서, 우리네 현실의 아기자기한 삶, 그러면서 바람과 뇌우가 울부짖기도 하는 그 속을 울고웃고 싶다.

정두영 문학평론가는 서평에서 단편 ‘흑산에 달이 지거든’을 주로 분석했다. 이 작품은 쉽게 이해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소설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중층적으로 결합하여 소설을 모호함의 영역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먼저 빛과 어둠의 원형적 상징에 관한 요소이다.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 그리고 그 죄로 오랫동안 형벌을 받는 그 아버지는 주인공이 괴로워 하는 어둠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어둠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피를 물려받았으므로 자신의 내부에 어둠의 요소가 잠재하고 있으리라는 불안감이 요동친다. 친구인 명무가 추천하는 ‘블랙 아일랜드’에서는 불안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인가? 검은 바다, 검은 바람, 아마도 흑산이 그곳의 또 다른 이름일 터.

정 평론가는 빛과 어둠의 비유, 상징으로 인해 이 소설은 무척 이해하기 어렵지만, 쉽게 해석되지 않는 모호성이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 독자의 관심을 끄는 한 요인이 된다고 했다.

전 작가의 작품 전편에 흐르는 소설 문장은 모호성을 강화하는 특징이 있다. 소설의 문장이지만 시의 문장에 더 가깝다. 비유와 상징이란 단어에 여러 의미를 쏟아 넣고 빚어내는 언어의 마술이기에 단일한 의미로 포착되기를 거부한다. 작가의 소설은 세태와 일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산문의 문장을 넘어 비유와 상징과 초월을 지향하는 시의 문장으로 비약하고 있다.

전영학 작가는 충북 충주 출생으로 충북대 재학 시절 창문학동인회에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영남대문화상을 수상하고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제천고, 제천여고, 충북사대부고 등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한국교육신문 현상문예, 공무원문예대전 등에 단편소설을 출품해 입상하기도 했다.

사행 동인,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충북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소설작품집으로 ‘파과’외에 장편소설 ‘을의 노래’, ‘표식 애니멀’ 등이 있고 수필집 ‘솔뜰에서 커피 한 잔’을 펴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