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 청주시립도서관 사서]지금은 코로나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도서관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오간다. 아동자료실에 총총총 들어와 만화도서를 집어들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예쁘다. 사서로서 책을 직접 찾아줄 수도 있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직접 하려고 한다. 책을 검색하고 검색지를 출력해서 위치를 찾아, 자가대출반납기를 통해 직접 대출을 한다. 이런 예쁜 ‘어린이’ 같으니라구.

이 책은 독서교육 전문가인 저자가 독서교실을 운영하면서 만난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어른보다 시간이 걸릴 뿐, 스스로 신발 끈을 묶을 수 있다고 기다려달라고 하는 현성이, 마음을 담은 책을 선물로 건네는 자람이, 생활 계획표를 ‘놀기, 텔레비전 보기, 휴식하기’등으로 해맑게 채운 현우 등 다양한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어린이들의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 놓으며 결코 어른의 시선이 아닌 오롯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어린이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어린이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들을 특별하게 보는 어른의 시선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을 지나왔다. 어린이와 무관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와 마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우리 자신을 향해 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어린이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내 주변의 어린이를 한 번 더 살펴보고 그들의 말에 조금은 더 귀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

어린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따뜻하고, 섬세하고 다정한 기록은 웃음과 감동을 준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세상의 어떤 부분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 어른들은 조금은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어린이의 그 느낌을 아니까, 지나왔으니 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