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무자격자에 대한 의료사고가 잇따르면서 ‘수술실 CCTV 설치’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23일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 의무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지난해 11월부터 4차례에 걸쳐 심사를 이어온 심사를 이어온 끝에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수술실 촬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또 촬영된 CCTV 영상의 열람은 법원 등 공공기관의 요구가 있을 때만 가능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다만 CCTV 설치 위치와 의무화 방안 등에 대해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끝내 법안 통과가 보류됐다. 7월 국회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지만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주장이 워낙 첨예하게 맞서 원만히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환자단체는 의료사고나 수술실 내 성폭행 등 중대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술실은 특성상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을 알 수 없다. CCTV 설치 논의도 이 같은 은폐성으로 인해 비윤리적인 사건이 종종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반면에 의료계는 △의사 긴장에 따른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 △의사의 소극적 대처에 따른 환자 건강권 침해 △빈번한 의료분쟁 △환자의 신체 노출에 대한 인권 침해 가능성 △해킹 등으로 인한 의료비밀 보장 침해 등을 들어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감시 체제로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에도 인천과 광주의 병원에서 대리수술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등 불법행위가 끊이질 않는 것을 보면 의료계가 무작정 막아설 일이 아니다. 인천 남동구 병원에서는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허리 수술을 했고, 광주 서구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들이 수년간 대리수술을 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수술실에서는 의료사고나 성범죄 등 사건이 일어나도 이를 규명하기 어려워 환자 가족만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CCTV 설치에 찬성한 것도 환자의 인권과 알 권리를 우선했기 때문일 것이다. 의료인들도 의료분쟁 시 정당한 의료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는 이전부터 시도됐다. 19대 국회 때인 2015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한 후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의료계 반발로 시간만 끌다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3개나 발의돼 있다. 국회가 의료계라는 막강한 이익단체의 눈치를 살피느라 법 개정을 머뭇거린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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