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드라마아트홀 개관 1년, 전망과 과제 (下) 스토리텔링시대, ‘김수현급 작가’ 양성 위해 과제 해결돼야

영상콘텐츠 플랫폼 변화에 맞춰 전문인력 투입 등 필요
질 향상 위해 청주시 과감한 투자·충북도 관심 수반돼야
공간 활성화 위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페스티벌 개발
전국 극본 공모로 주목 끌어야…제작사와 협업 추진도

지난 18일 김수현드라마아트홀 드라마작가과정에서 김윤영 작가의 첫 강의가 진행됐다.  사진제공=김수현드라마아트홀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문화콘텐츠 생산의 근본이 되는 스토리텔링 바람이 불고 있다.

충북도를 비롯해 서울, 제주도, 경기도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을 홍보·상징할수 있는 스토리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각 구청별 스토리를 공모하며, 충북도 역시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매년 전국문화콘텐츠충북문화원형 스토리텔링공모를 진행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설립돼 매년 스토리분야의 대한민국콘텐츠대상을 공모한다.

이처럼 각 지역이 스토리공모를 실시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의 신화나 전설, 자연과 문화유산,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 미담,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모티브 삼아 영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드라마, 연극 등 문화콘테츠로 생산하기 위한 자산과 기회를 축적하기 위함이다. 지역에 산재한 문화재나 역사가 교육을 통해 전수되던 시대가 지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관광명소화를 통해 지역 경제발전의 견인차로 삼기 위해서는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 문화콘텐츠로 생산돼야 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극본공모가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다.

반면에 공영방송의 드라마 제작과 상영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이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청자들의 영상문화 시청이 지상파 방송에서 OTT(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시장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새롭게 생산되는 수많은 스토리는 모두 어디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넷플릭스(인터넷 영화사)가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넷플릭스는 코로나 19 이전에 상륙해 이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영화관 상영이나 지상파 방송이 아닌, OTT 시장에 직접 출시해 큰 성과를 얻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OTT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수많은 영상콘텐츠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시장으로 대거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해외기반의 플랫폼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카카오가 TV시대를 열어 숏드라마 극본공모를 통해 OTT 시장에 걸맞는 드라마를 내놓고 있다. 이밖에도 CJ 오펜, ㈜에이스토리, 키이스트, 재담미디어, 라이브(주), ㈜고즈넉이엔티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직접 극본공모를 통해 신진작가를 발굴, 양성, 제작까지 참여하고 있다. 기존의 방송국 중심의 영상콘텐츠 제작이 OTT 시장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이같은 현상은 포스트 코로나시대로 가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 가고 있다. 극본 작가·스토리텔링 분야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영상콘텐츠 시장이 급격한 변화와 발전을 요구하는 즈음에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이 개관됐다. 김수현 작가를 잇는 드라마작가 양성기관이라는 모토아래 출발했다면, 시대의 변화와 김수현 작가 이름에 걸맞는 작가양성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공모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는 현상에서 김수현작가의 작가정신과 작품세계를 잇는 작가양성은 또다른 과제이다.

첫 드라마작가과정의 지도를 맡은 김윤영 작가는 “수많은 작가가 배출되고 드라마가 상영되지만, 그중 정말 좋은 드라마는 드물고 시청자들이 제일 먼저 알아본다. 막장드라마를 거부할수 있는 용기있는 작가양성이 필요하다”며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 철학이기도 한,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품, 적나라한 삶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 가족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 등 결국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드라마아트홀이 좋은 작품을 집필할 수 있는 작가 양성의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정신을 계승할수 있는 작가양성이 필수인 셈이다. 이를 위해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이 발전하기 위한 과제를 정리해 본다.

첫째, 영상콘텐츠 플랫폼 변화에 걸맞는 전문인력 투입과 직접 운영할수 있는 직제개편 및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청주시가 위탁해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드라마아트홀은 재단 직원이 팀장이라는 보직을 맡아 4~5명의 직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팀장의 경우 지속적으로 근무하지 않고 순환보직 형태로 이뤄지다 보니 운영의 한계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공무원은 한 부처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거쳐 ‘무능한 만능 공무원’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공직계통의 여러 단계를 생략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될수 있어야 한다.

둘째, 청주시의 과감한 투자와 충북도의 관심이 수반돼야 한다. 현재의 예산으로는 인건비를 제외하면 독자적으로 전시기획과 작가양성 프로그램의 다변화 및 질향상을 꾀할 수 없다. 청주시가 운영하고 있지만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충북도의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충북도의 관심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셋째, 장기 체류 레지던스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경기도 고양시에 스토리창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드라마작가가 입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공 공간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19로 중단된 상황이다. 드라마아트홀이 국내 유일의 드라마작가 문학관인 만큼 작가의 집필실이나 일부 공간을 확충해 입주 창작자를 모집, 드라마작가들이 입주해 창작할 수 있는 공간 운영이 필요하다. 이는 능력있는 연출가들이 청주시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되는 것이며, 드라마의 성지로 발전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청주시는 청주시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운영의 성공사례가 있다. 청주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레지던스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나 제대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이를 계기로 전국의 젊은 작가들이 청주시에 상주, 청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이는 청주지역 미술의 발전은 물론이고 우수한 작가 유치에 큰 기반이 된 사례다.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이 충분히 그 같은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넷째, 드라마 극본공모 및 전문 작가양성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기존의 강의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제작자 연계에서 작품 상영까지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직접 작가양성에 발벗고 나선 것처럼 김수현드라마아트홀만의 차별화된 작가양성을 위해서는 강의와 병행해 창작,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단위의 극본공모로 주목을 끌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안승현 팀장은 “최근 CJ와 같은 대기업이 오펜이라는 콘텐츠 개발 브랜드를 내세워 직접 드라마작가를 발굴, 양성하고 있다. 자본을 무기로 좋은 작가를 선점하겠다는 구조”라며 “작가는 공공의 영역에서 구축돼야 한다. 창작자가 기업의 자산이 된다면 점점 좋은 작가발굴과 작품 창작은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 드라마아트홀이 그런 공공의 영역을 충분히 감당할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회사들이 작가를 발굴하고 자체 제작에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극본공모 등 드라마아트홀 배출작가들이 진출할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제작사와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섯째, 공간 활성화를 위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및 전국 단위의 드라마 페스티벌 개발이 필요하다. 전문 작가지망생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는 체험 프로그램과 연기자 연출가 제작자 등이 방문하고 교류할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여섯째, 전시공간의 다변화를 위해 국내는 물론 북한드라마 및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드라마 관련 아카이브 축적과 연구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수많은 드라마 영상 자료의 디지털화,  드라마 역사의 기록화 등 단순히 현재의 시점에 머물지 않고 미래의 자산으로 만들어가는 연구 역할이 함께 진행되야 한다.

“인간을 씁니다. 스토리를 쓰는 게 아닙니다. 어떤 스토리에다가 인간들을 얹어서 그 인간들의 이야기, 그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나 연민, 애정이나 이게 없으면 드라마 작가로서는 끝입니다. 체온이 없는 드라마, 향기가 없는 드라마가 됩니다.”

김수현 작가가 생각하는 ‘드라마’에 대한 신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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