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충청매일] 방아다리 천변 둑에는 달고나, 번데기, 자두, 올갱이 등을 파는 허름한 리어카 좌판들이 늘어서 있다. 코-찔찔이를 막 면한 꼬맹이들에게는 유혹의 거리다. 자두를 파는 좌판에 붙어서 설레발을 치던 친구들과 슬그머니 좌판에서 빠져 나왔다.

“야! 너희들 이리 와봐!” 좌판 주인이 부르는 소리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콩닥 콩닥 방망이질을 한다. “너! 손 내밀어 봐!” 나는 왼쪽 손을 내밀었다. “저쪽 손!” 오른손 주먹을 내민다. “손 펴!” 여린 손바닥 위에 자두가 모습을 드러낸다. 순간 눈에서 불이 번쩍 튀었다. 자두 한개를 누구 코에 붙인다고 그 난리였을까. 우리는 나름 치밀하게 작전을 짰다. 젤루 중요하고 위험한 배역은 어수룩한 내게 맡겨졌다. 되지도 않을 작전이었고 성공할 리가 없는 배역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진지했다. 그러다가, 애고애고 그 날 나는 엄청 맞았다.

철수(가명) 어머니가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기를 반복한다. 철수는 교실에서도 삼 분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개구쟁이이다. 책상 밑으로 기어 다니기도 하고 쉴 새 없이 떠들고 늘 분주하다. 그런 철수가 학원 근처 동네 슈퍼에서 먹고 싶은 과자를 슬쩍 하다가 들켜서 잡혀 온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철수 어머니는 평시와 달리 판단력을 잃었다. 하늘이 무너진 듯하다.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이리라 싶다. 하지만 아이는 억울하다.

많은 어른들이 돌출 행동을 하는 아이, 장난이 심한 아이, 놀기만 좋아하는 아이, 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 교실에서 딴전을 치는 아이는 문제아이고 사고 안치고 공부 열심히 하고 말 잘 듣는 아이는 정상적이고 꽤 괜찮은 아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다. 그 관념은 옳지 않다. 아이들은 억울하다.

아이들은 아직 철이 없다. 제멋대로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들이 얌전히 행동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개구쟁이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혹 약속을 했다고 해도 그들은 아직 그를 지킬 능력이 없다.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규범이다. 심지어 어른도 망나니짓을 하고 욕구대로 행동하며 사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어떤 이는 ‘나이가 어려도 남에게 욕을 하던지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질을 하면 나쁜 짓인지는 알 것’이라고 반문할 수 있다. 옳은 얘기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알면 아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알아도 모르는 것이 많다.

학생들과 캐나다에 현장학습을 갔다. 그 때 지인의 아들 진수(가명)도 합류했다. 학생들을 태운 승합차를 운전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진수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진수가 하는 말의 30%이상이 욕이었다. “야! 이 개새끼야 이리 줘 봐!”는 욕도 아닌 정도였다. 나는 온 지혜를 동원해 며칠 동안 좋은 말로 알려주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고, 혼을 내기도 했다. ‘알았다’고 막둥이마냥 대답은 잘했다. 하지만, 진수는 여전히 욕이 반이었다. 그 날도 진수는 신나게 떠들었고 역시 반이 욕이었다. 나는 차를 세우고 진수에게 조수석에 앉으라고 했다. 출발 후 진수가 말문을 열고 욕이 시작 될 무렵 나는 내가 평생 주워들은 욕 중에서 가장 심한 욕만 골라서 진수에게 퍼부었다. 진수가 상상도 못할 욕이었다. 진수의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진수는 벼락을 맞은 듯 멈추어 있었다. 나는 한마디 덧붙였다. “진수야 기분이 어뗘? 니 욕을 듣는 아이들도 그 더러운 느낌을 매일 참고 있는 거야!” 진수는 그제야 욕이 무언지 실감했고 그 날 이후 진수는 욕을 하지 않았다.

어릴 적, 자두를 훔친 나도 그 때 그제야 내가 ‘도둑질’을 했음을 알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가르침을 듣고 알지만 실제로는 많은 부분 그를 모른다. 그래도 그들은 정상이다.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잘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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