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360년 전국시대, 편작(扁鵲)은 젊은 시절에 어느 귀족의 심부름꾼으로 일했다. 귀족의 손님 중에 장상군이라는 사람이 자주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편작이 늘 성실하게 그를 대하였다. 하루는 장상군이 편작을 불러 말했다.

“자네의 성실한 행동을 내가 여러 번 지켜봤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게는 고대의 의술과 비방에 관한 귀한 기록이 있다네. 나는 늙어 이제 필요치 않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물려줄 만한 사람도 없다네. 내가 이것을 자네에게 물려줄 터이니 부디 배우고 익혀 좋은 일에 쓰도록 하게.”

그렇게 해서 편작은 서른 후반에 의술을 배우게 되었다. 나중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진단법을 개발했다. 사람의 얼굴빛을 보거나 목소리만 들어도 병을 알아내는 비방이었다. 이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의술을 행했다.

어느 날 괵나라에 들렀는데 관리들이 모두 침울해 있었다. 이유를 알고 보니 왕위를 이을 태자가 병에 걸려 곧 죽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편작이 대강의 이야기를 듣고 궁궐 관리에게 자신이 태자의 병을 고쳐보겠다고 말했다. 왕이 보고를 받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저 젊은 사람이 어떻게 다 죽은 태자를 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편작이 대답했다.

“태자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사타구니에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다면 적절한 비책을 쓸 수 있습니다.”

왕이 태자의 상태를 알아보니 맥박은 약하지만 사타구니는 따뜻했다. 이에 편작에게 치료하도록 허락했다. 편작이 태자의 상태를 살펴보니 병의 원인은 몸에 열이 배출되지 않아서 생긴 열기병이었다. 즉시 태자의 몸에 침을 놓자 호흡이 제대로 돌아왔다. 가슴에 찜을 뜨자 며칠 후 태자가 자리에 앉았다. 처방에 따라 약을 달여 먹이자 석달 만에 태자가 병상에서 일어났다. 이를 두고 괵나라 사람들은 편작이 죽은 태자의 병을 고쳤다며 기사회생의 명의라고 추앙하였다.

이어 편작이 제나라에 가서 환공을 뵙고 그 자리에서 아뢰었다. 왕께서는 지금 작은 병을 앓고 있으니 즉시 약을 드셔야 합니다. 하지만 환공은 자신은 건강하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 두 번째 만났을 때에도 편작이 권했으나 환공은 괜찮다고 했다. 세 번째 만났을 때 환공이 자진해서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며 치료를 부탁했다. 그러자 편작이 고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과연 며칠 후 환공은 죽고 말았다.

얼마 후 편작이 진나라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그곳 왕실 주치의는 이혜라는 자였다. 그는 자신의 의술이 너무 졸속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왕이 편작을 총애하면 자신이 쫓겨날 것을 크게 염려하였다. 편작이 왕을 만나기 전날 밤 이혜가 자객을 보내 편작을 살해했다. 천하의 명의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다. 이는 ‘한비자(韓非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기사회생(起死回生)이란 죽을 뻔하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뜻이다. 위태로운 상황을 기적처럼 돌파했을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절망에 갇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희망을 바라보는 자와 낙담하는 자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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