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
김수현 작가.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 진정성 있는 작품 신드롬 낳다

 

1943년 충북 청주서 출생

1968년 라디오 연속극 공모전 당선

1972년 일일연속극 작가로 전격 발탁

1973년 제1회 한국방송대상 극본상

1980년 백상예술대상 극본상

1988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

1988년 (사)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역임

2012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 받아

 

 

● 히트작 ‘부지기수’…발표작마다 인기

 

일일극 ‘새엄마’ 폭발적 인기

414회 방송으로 당시 최장수 드라마

‘강남 가족’·‘수선화’ 등 시청률 1위

컬러TV 방송시대 이후 특집극 도맡아

주말극 ‘사랑이 뭐길래’ 극찬 쏟아져

한국방송역사상 최초로 중국 진출

‘불꽃’·‘내 남자의 여자’ 등 때론 감각적

‘부모님 전상서’ 등 가족 드라마로 공감

 

 

김수현 작가는 194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청주여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잡지사 기자로 잠시 활동했다. 방송에 입문한 것은 1968년 MBC 문화방송 개국 기념 라디오 연속극 공모에 ‘저 눈밭에 사슴이’ 당선 된 후부터다. 방송드라마작가로 공식 등단 이후 두어 편의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했다. 이후 ‘잊혀진 여인’, ‘미워도 다시 한번(1970년)’ 등 10편 안팎의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이 가운데 ‘필녀’는 1971년 제8회 청룡영화사 시나리오 각본상을 받았다.

드라마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72년 MBC-TV 주간극 ‘무지개’ 집필 도중 일일연속극 작가로 전격 발탁되면서다. 그해 8월 말에 시작한 일일극 ‘새엄마’가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411회나 방송돼 당시로써 최장수 드라마의 기록을 남겼다. 이는 곧 현실적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일일극 패턴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일일극 중흥을 예고하는 ‘김수현 드라마’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새엄마’는 1973년 한국방송 사상 최초로 제1회 한국방송 대상 극본상을 수상했다.

이후 ‘강남 가족’, ‘수선화’ 등 쓰는 연속극마다 시청률 1위가 계속됐다. 1980년 초까지 약 10년 동안 쉬지 않고 집필했다. 1975년 ‘신부일기’때부터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명과 함께 명실공히 TV 드라마 1인자 자리를 굳혔다. ‘신부일기’는 제3회 한국방송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1980년 TBC-TV를 통해 방송한 주말극 ‘고독한 관계’는 제16회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받았다.

1980년 컬러TV 방송시대가 열린 후 2000년대까지, 긴 연속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품성이 뛰어난 각 방송사의 명품단막극 또는 순도 높은 2, 3부작의 특집극을 사실상 도맡아 집필하며 TV 드라마의 또 다른 진수를 보여줬다.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인간의 본질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내용으로, 3부작을 하룻밤에 연속 방송하는 집중 편성을 통해 더 많은 시청자에게 전율에 가까운 충격과 감동을 안겨줬다.

이들 특집극 가운데 ‘옛날 나 어릴 적에’는 1981년 또다시 제17회 백상예술대상 극본상, ‘어디로 가나’는 제20회 한국방송대상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그해 한국방송 작가상을 받았고, ‘은사시나무’는 다시 한번 제37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극본상을 받았다.

1984년 5월부터 11월까지 방송된 ‘사랑과 진실’은 최고 시청률을 76%까지 끌어올리며 김수현 드라마 ‘사랑 시리즈’의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이 무렵부터 일일극에서 빠져나와 TV 드라마의 흐름을 주간연속극 위주로 바꿔놓았고, ‘사랑 시리즈’ 제2탄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야망’을 써서 또 한 번 최고 시청률 70% 이상이라는 선풍적인 인기를 안방에 몰고 왔다. 이 작품으로 1988년 제24회 백상예술대상에선 TV 부문 대상을 차지했고, 2006년 SBS에서 리메이크되어 또다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988년 (사)한국방송작가협회의 이사장직을 맡아 8년여 동안 방송작가들의 권리 찾기에 앞장서 투쟁과 헌신으로 저작권 확보를 완성했다. 후진 양성을 위한 방송 작가 교육원을 개설해 향후 이곳 출신 작가들 대다수가 방송프로그램을 주도함으로써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1990년 11월부터 1992년 5월까지 방송된 주말극 ‘사랑이 뭐길래’는 코믹 홈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함과 동시에 TV 드라마의 수준과 흥미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왕의 수식어인 ‘언어의 연금술사’에 이어 TV 드라마에 관한 한 드디어 ‘신(神)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극찬을 세상 사람들과 언론으로부터 들었다. 1992년 ‘사랑이 뭐길래’는 한국방송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 한류의 원조 또는 효시로 최초의 수출드라마가 됐다. 당시 ‘사랑이 뭐길래’가 방송되는 주말 저녁 8시 시간대에 남의 집에 전화하는 일은 크게 실례라고 할 정도로 온 국민이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일종의 ‘김수현 신드롬’을 낳았다.

1993년 ‘산다는 것은’과 ‘작별’과 같은 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작품들을 SBS 주간드라마를 통해 선보였다. 번뜩이는 재치와 시청자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생생하고 맛깔스러운 대사, 언어·문학의 상승효과, 빠른 전개와 충만한 리얼리티, 인물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 반전에 지치지 않는 서사구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1995년 KBS 주말연속극 ‘목욕탕집 남자들’은 수많은 ‘김수현 표 가족 드라마’ 가운데 또 하나의 전범을 보여준 경우다. 이 드라마 한 편으로 그때까지 타 방송국보다 상대적으로 다소 열세에 있던 KBS 드라마들을 단 한방에 강세로 돌려놓는 마법을 보여줬다. 당시 한 유력 월간지가 해방 후 ‘한국을 바꾼 100인’ 가운데 방송계에서는 유일하게 드라마작가 김수현을 선정, 발표했다. 특정 작가 드라마에 대해 꾸준하고 열광적인 시청 행태는 1970년대 초 김수현의 드라마가 처음 등장한 때부터 2010년대 초까지 약 40여 년간 견고하게 유지됐다. 그간의 김수현 드라마가 한국인의 생활양식이나 의식과 문화, 대중적 가치와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 SBS 주간드라마 ‘불꽃’을 시작으로 ‘완전한 사랑’(2003), ‘내 남자의 여자’(2007), 시대의 변화와 함께하는 ‘청춘의 덫’ 리메이크를 비롯해 새로운 감각의 멜로드라마를 모색해 동시대의 사회 윤리적 문제와 정서적 모럴, 옳고 그름의 구분에 관한 태도 방향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2004년 KBS 주말연속극 ‘부모님 전상서’는 두 번째로 한국방송작가상을 받았고, ‘엄마가 뿔났다’(2008), 제주도를 무대로 한 ‘인생은 아름다워’(2010)와 JTBC의 주말연속극 ‘무자식 상팔자’(2012)까지, 2000년대에 들어 괄목할 만한 가족 드라마 4종 세트를 내놓으며 역시 김수현 드라마의 기본 단위는 ‘가족’이란 점을 상기시켰다. 계속된 여러 편의 국민 드라마로 여전히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2008년 한국방송협회 주관 서울 드라마 어워드에서 ‘올해의 대한민국 대표작가’로 선정됐다. 2012에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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