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청주시 오창산단관리공단 현주소 1

충북도 위·수탁 취소 5개월째…조직은 그대로
입주기업들 지원 활동 없어 수행자격 상실 망신
공단 “눈에 보이지 않은 업무 있어”…기업들 냉소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 전경.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 전경.

충북도가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오창공단)과 체결한 관리업무 위·수탁협약을 취소하고 올 초부터 산업단지 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도는 2005년 4월 설립된 오창공단과 산업단지 관리업무 위·수탁계약을 맺었으나, 오창공단은 109곳의 입주불가 업종을 승인해 입주계약 재심사 대상이 되도록 했으며, 예산집행 부적정, 임대료 부과징수 부적정 등 법령과 위수탁협약 준수 의무를 위반한 귀책사유가 지난해 9월 합동지도점검 결과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충북도는 기업의 애로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창산단을 직접 관리하게 됐다.

사실상 오창공단은 제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오창공단의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단지는 변하고 있다. 세계화와 무한기술경쟁,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따른 혁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단지관리공단은 입주기업의 정보 교류와 실질적 이익 창출을 돕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산업단지 기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고, 창업 활성화에도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오창공단은 중대한 귀책사유로 관리업무를 상실한 상태에서도 5개월여 동안 조직은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공단의 실질적 역할을 못하면서 기능까지 상실했으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유명무실한 조직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입주기업들로부터 조직 해체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오창공단의 현 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조명해 본다.

 

오창관리공단이 산단 입주업무 등의 주 기능을 상실한 데다 입주기업들을 위해 운영하는 지원사업도 없다 보니 산단 내에서 허울뿐인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지원기관의 유치도 없고 사업 및 생산활동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공단 무용론’ 마저 일고 있다.

6일 충북도에 따르면 2002년 조성된 오창과학산업단지(이하 오창산단)는 정보기술, 생명공학, 신소재, 환경기술 등이 갖춰진 혁신클러스터로 면적 945만 411㎡(286만평)에 170개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오창산단은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근에 이용 가능한 국제공항이 있으며 대학·연구기관과 대규모 주거단지까지 갖춰 미래 신산업의 중심지로 주목받는 곳이다.

이런 배경에 지난 1월 기준 전기·전자(86개), 석유·화학(31개), 음·식료(12개), 외국인 투자(11개), 기계(10개), 비금속(9개), 비제조(7개), 운송장비(3개), 섬유·의복(1개) 등의 다양한 기업이 오창산단에 들어와 있다.

오창산단을 관리해 온 오창공단의 가장 큰 업무는 산단 내 입주업종 및 자격·계약과 공장등록, 공장임대 및 처분 등 산단 입주 지원 등이다.

하지만 오창 관리공단은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해당업무 수행자격을 잃었고, 이에 충북도로부터 받던 위탁수수료 역시 지급이 끊겼다.

당시 산단 안팎에서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 공단이 동력을 잃으면서 자연스레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오창 관리공단은 입주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서비스 제공과 기업 간 공생과 발전사업 추진 등을 들며 잔존을 선택했다. 다만 충북도의 재정적 지원도 없고 자체 수익사업 역시 없어 현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입주기업들을 위한 지원사업 추진은 어불성설이라고 산단 내 기업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오창 관리공단이 2005년 충북도와 위·수탁 협약을 맺고, 협약이 취소되기까지 약 15년간 다양한 지원사업들을 추진해 왔지만 현재 운영 중인 것은 고작 2019년 3월 개원한 공동 직장어린이집 단 1개뿐이다.

이런 주장에 오창 관리공단은 서류상의 작업과 결과물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컨설팅 및 환경조성 지원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창공단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그렇게(공단 무용론 등)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공단이 하는 역할을 서류만으로 단순하게 봐선 안된다. 기업환경 조성 및 관리업무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단의 업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중소벤처기업부, 충북테크노파크 등의 기업 관련 공공기관 업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기업들의 설명이다.

입주기업들은 냉소적인 시선으로 오창공단을 바라보고 있다.

입주기업의 한 관계자는 “확실히 현재 오창관리공단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라며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공단은 과거에 멈춰있으니 발전이 없고, (기업에)도움을 줄 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오창공단은 산업환경 변화에 대비한 기업 체질개선 등을 위한 관리기본계획이 필요하다. 기업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역할을 못하는 공단은 기업들의 입주회비를 다 돌려주고, 조직을 해체해야 한다. 자생적 운영이 가능할 때 다시 공단을 운영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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