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욱 청주시립도서관 사서]‘잘가요 엄마’는 종합자료실 자료 정리를 하다가 눈에 띄는 제목이었다. ‘잘가요’라는 말이 왠지 슬프게 보여 읽어 보았다.

이 책은 작가 김주영이 등단 41년 만에 처음 부르는 사모곡이자 진부했었던 어머니에 대한 섬세한 기록으로 소설은 엄마의 죽음을 배다른 아우에게서 전해 듣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 발로 고향을 떠나 떠돌이로 살게 만든 엄마에 대한 원망을 노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떨쳐버리지 못한 ‘나’는, 엄마의 장례에 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며 회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엄마에 대해 애잔함과 미안함이 나로 하여금 자꾸만 흔들리게 만든다. 비록 육신은 한 줌 뼛가루가 되어 흩어졌지만, 당신의 마음까지 흩어져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유명을 달리하는 순간 오히려 시나브로 다가와 아련히 스민 당신. 아무렇게나 떠난 엄마지만, 결국 나는 엄마를 아무렇게나 떠나보내지 못한다.

어려운 살림을 챙기며 자식을 돌보느라 엄마 자신도 잊고 있었던 그 무엇, 그러나 가방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소중히 간직해왔던 그 무엇, 엄마가 엄마임을 당연하게만 여겼던 자식들은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바로 그 무엇. 엄마도 결국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미련하고 아픈 이야기는 이렇게 끝없이 이어진다.

작가는 이 책을 낸 직후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하늘을 쳐다보며 엄마를 세 번 발음하면 눈물이 흐를 것이라고. “철부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생애에서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은 오직 엄마 그 한마디뿐”이라는 ‘작가의 말’ 또한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는 엄마에 대한 생각과 다르지 않다.

집에서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듣다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어머니가 딸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의 가사이다. 딸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말들이 많이 들려 가사를 자세히 들어보니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동안 부모님께 부렸던 짜증과 투정들이 생각나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는 당신들보다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말들이었는데...... 괜시리 찡해진 가슴에 그동안 부모님께 못전한 말을 전해본다. “당신들은 나에게 누구보다 멋지고, 좋은 사람이었고, 쭉 그런 사람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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