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충청매일] 활터에서 사두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는 그에 대한 예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두가 등정을 할 때는 활터 앞까지 모두 나가서 영접을 해야 합니다. 황학정의 경우는 지금은 주차장으로 쓰다가 활 전시관으로 만든 곳에 활터 관리인이 거주하던 움막 같은 집이 있었는데, 그곳까지 가서 영접을 했다고 합니다. 강경 덕유정에는 활터 건물에서 50m쯤 떨어진 야트막한 개울이 있고, 그 개울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있는데, 거기까지 나가서 영접해야 한다고 사계 좌목에 적었습니다. 덕유정에 지금 가보면 그런 흔적은 다 사라지고, 그 개울은 아스팔트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2차선 도로가 나서 차들이 다닙니다.

이런 영접은 약과입니다. 활터에서 사두는 사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존재였습니다. 예컨대 한량이 무슨 물의를 일으켜서 동네에 큰 누를 끼친 경우에는 죄인처럼 붙잡아다가 벌을 내렸습니다. 그것을 <취격>이라고 합니다. 이 취격은 행수의 주도로 이루어지는데, 행수가 “한량들 대 앞으로 들어오소.”하면 한량들이 대답을 하며 우르르 들어와서 벌여섭니다. “한량 아무개를 취격차로 알리어라.”고 하면 잘못한 한량을 끌어다가 꿇어앉힙니다. 한량의 망건과 탕건을 벗긴 뒤 시위로 두 팔을 뒤로 돌려 묶고 전동(5발들이)에 화살을 채워놓고 기다립니다. 행수가 “나입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잘못한 한량의 상투를 끌어다가 활터 아래에 꿇어앉힙니다. 행수가 죄를 들추어 말한 뒤, “의법하라.”고 하고, 사람들이 “의법하였소.” 하면 “매우 쳐라.”고 합니다. 한량 중 한 사람이 “매우 때리오.” 하면서 화살 채운 전동으로 열 대를 때립니다. 그런 뒤에 앞으로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내보내라고 합니다. 그러면 묶은 것을 풀고 의관을 정돈한 뒤 위로합니다. 행수가 이 취격을 거행하려고 할 때 사두가 용서할 뜻을 비치면 엄중이 타일러서 보냅니다. 취격을 당한 한량은 저녁에 사두 댁으로 찾아가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빕니다. 그러면 사두는 용서해줍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뜻밖입니다. 한량이 이런 굴욕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잘못했다고 이렇게 혹독하게 다루면 활터에 나와서 활을 쏠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마치 군대의 규율처럼 엄정하고 혹독하다는 느낌이 절로 나죠.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면 느끼는 일이겠지만 일선 야전군에서는 사단장이 신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군법회의에서 벌을 받고 형이 확정된 사람도 사면해줄 수 있는 존재가 사단장입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사두가 마치 군대의 고위급 지휘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렇지, 실제로 옛날에는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활터에서 쫓겨났다가는 결국 무과를 치를 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은 사계로 강력한 결속력을 보이는 단체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무과를 준비하는 한량에게는 자신의 앞길이 바로 사계의 소속 여부에 딸린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굴욕을 겪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활터의 구성원들이 외부의 적에 대항해야 하는 조선 시대의 특징도 이런 행사에 반영되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사두의 두(頭)는 유기체에 있는 존재입니다. 활터 전체의 조직과 운영이 마치 유기체처럼 기능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런 용어를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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