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충청매일]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개길,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가수 진성씨 보릿고개 노래 가사 일부다. 가난과 배고픔의 상징으로 전해 내려오는 보릿고개의 의미는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이미 지난해 곡식은 다 떨어지고 농가의 식량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란 표현이다.

특히, 부모님세대의 어두운 향수를 자아내며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우리민족 한의 역사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슬픈 단어다.

가사 내용 중에 ‘뛰지 마라’하고 ‘물로 배를 채운다’ 했는데 필자의 어린 시절에도 많이 들었었고 실제 또래들 너도나도 물로 배를 채우곤 했었기에 짠한 지난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린 시절 배도 고파봤고 경제적 어려움도 많이 겪었기에 요즘 하루하루의 일상생활 모두가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며 ‘행복’이란 단어를 늘 입에 달고 산다고 할 정도로 언제부턴가 행복 전도사가 됐다.

요즘세상을 단군 이래 가장 잘 먹고 잘 입고 사는 행복한 시대라고 말하곤 하는데 나만의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김국환 가수의 노래 중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 말을 음미해보면 이 세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판단되며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진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를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인 의식주를 토대로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먼저, ‘의(衣)’에 대해 보면 지난시절엔 한마디로 옷이 없었다. 옷이 없어 여름엔 어린이들은 아예 벗고 생활하다시피 했고 추운 겨울에도 허름한 옷 한 벌로 긴 겨울을 지냈다. 입을게 없으니 겨울이 더 추었고 손과 발이 얼어 동상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변변한 약도 없이 해동하면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리며 살았다.

다음 ‘식(食)’은 더욱 비교가 안 되고 지금 너무 잘 먹고 있다. 예전엔 못 먹어 병이 났지만 요즘은 과식해서 생기는 질병인 당뇨나 비만환자가 많다는 사실에서 알 수가 있다. 필자의 직장 초년시절만 해도 돼지고기 삼겹살을 보통사람들이 마음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에 배고픈 시절 이야기의 대표 단골메뉴다.

요즘은 겨울에도 싱싱한 과일을 냉장고에 싸놓고 먹고 있으니 얼마나 잘사는 세상인가를 강조하며 반세기전 나라임금님인 대통령보다 잘 먹는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주(住)’ 역시 지난 시절에 비하면 요즘은 지상낙원이라 할 정도로 넓고 고급스런 공간에서 살고 있다. 인구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심으로 모이다보니 주거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나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요즘 보통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지난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천국 같은 보금자리다.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고 했듯이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마주하는 모든 것이 지난시절엔 귀하고 없었던 물건들이라 밥을 먹을 때도 즐겁고 외출할 때나 잠을 잘 때까지 하루 종일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다.

가난의 대명사인 보릿고개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부모님을 비롯한 선조들을 떠오르게 하고 짠하면서 그분들께 한없이 고맙고 숙연하게 하는 영원히 잊지 못할 우리들의 슬픈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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