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 미술관, 28일까지 김승환 ‘유보시대…’展

왼쪽부터 김승환_Portraits of the ugly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1, 김승환 作 ‘City Dove’.
왼쪽부터 김승환_Portraits of the ugly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1, 김승환 作 ‘City Dove’.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제2, 3전시장에서 김승환 작가의 ‘유보시대-바깥에서 바라보기Ⅰ, Portraits of the ugly’를 주제로 오는 28일까지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 및 입체 작품 68점이 전시되며 부대행사로 시민들과 함께 ‘말을 거는 몸’을 주제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1년간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고 다각적으로 살펴보며 사유하는 전시를 기획,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일상이 된 2021년은 ‘유보시대-바깥에서 바라보기’라는 명제로 시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첫 번째 전시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승환의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는 삽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는 의미였으나 현재는 다양한 창의적 활동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김승환은 드로잉, 오브제, 아트북 등 다양한 방면의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물의 시선을 작업의 프레임으로 활용해 여러 인간 군상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Portraits of the ugly’는 ‘매사에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의 초상‘ 드로잉 연작을 중심으로 새가 내려다보고 있는 풍경과 섬처럼 떠도는 개인들을 그려낸 전시이다.

김 작가가 포착하는 인간 세계는 아침 출근 장면, 공원의 풍경처럼 상상이 가능한 군집 형태를 하고 있다. 출근길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상황이 이어지며 무리로 집단을 형성하고 각양각색 개인의 이야기를 발생시킨다. .

4m가 넘는 작품 ‘I used to be your neighbor’(2019)는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를 연상하게 한다. 특정 인물의 중요도 없이 동등한 나열은 월리를 쉽게 찾지 못하게 시각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이유겠지만 볼거리 많은 세세한 부분을 관찰하면서 월리를 찾기 위해 이어지는 시선에서 스토리가 생성되는(역사적 장면, 신화, 동화, 여행 등)방법이 한 페이지로 보여주는 카툰 같다.

또 다른 작품 ‘From a bird's view’(2018)를 보면 권총을 든 사람이 택시 운전사를 겨누고 있지만 경찰은 점심시간이 되었다는 듯이 충실하게 햄버거를 먹고 멈춰진 택시 아래는 고양이들이 숨어든다. 자동차를 사이에 두고 프리 허그 푯말을 들고 있는 사람과 권총을 든 사람이 양쪽에 배치된 부조리한 상황에선 운전석이 비어 있다. 습관적으로 이야기를 연결하려는 순간 단지 개인일 뿐, 단절되며 또 다른 상상을 하게 한다.  

작가의 일관된 표현에는 절묘한 재료와 기법이 내용을 강화한다. 능란하게 재주를 보여주고자 하지 않고 낙서와 같은 표현도 함께 등장하며 어릴 적 많이 사용하는 연필 스케치와 크레파스(오일파스텔) 채색을 한다. 어줍고 못난 등장인물을 표현하지만 위트 있는 어법과 관계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로 인해 작가가 제시하는 세계관을 수용하기 수월하다.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그러나 힌트처럼 돌출되는 패브릭 입체작품은 서로의 관계선 긋기를 공고히 하고 한 공간에 배치되어 그림과 함께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김승환 작가는 “새의 시점으로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서술방식은 다양한 생활패턴과 감정을 펼쳐놓는다. 그러면서도 살짝 어긋나는 모순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균열을 내는 방식을 취한다”며 “이 과정에서 순조롭지 않는 우리의 삶을 그려낸다. 어딘가 깨지고 미끄러지는 일상에 동화되거나 불만으로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없고 적정한 거리를 가지고 지켜볼 뿐이다. 사소한 것들이 거기에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의 좁아지는 시야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많은 부분이 보는 일에서 시작되는 우리의 삶에서 근원적 보기에 대한 시각예술이이야기를 그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bird_pit(인스타그램)이라는 계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9권의 아트북을 출간한 바 있다. 동물의 시선을 작업의 프레임으로 활용해 여러 인간 군상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소재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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