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
청주 나비솔한방병원 원장

[충청매일] 지난 시간에는 ‘수(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날궂이’에 대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날궂이는 비정상적인 수분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수분’은 날궂이라는 현상으로만 확인이 가능할까요? 당연히 일상생활 속에서도 ‘비정상적인 수분’으로 인한 여러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분의 이상은 가장 먼저 ‘부종’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중력의 영향으로 허리 이하의 하체로 부종이 잘 나타나게 됩니다. ‘발이나 무릎이 잘 부어요’, ‘허리가 무거워요’ 등의 표현을 하게되죠. 또한 피부가 얇은 눈꺼풀이 붓는 일도 흔하게 발생합니다.

또한 ‘다량의 콧물’, ‘다량의 타액(침)’, ‘묽은 침처럼 뱉어지는 가래’, ‘묽은 설사’ 등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수분의 과다증가 현상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증상들은 혈액순환이 제한되는 경우에 쉽게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환절기때나 한 겨울처럼 혈관의 수축, 팽창이 원활하지 못한 계절에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딱 보면 ‘알레르기성 비염’의 악화패턴과도 비슷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염치료에 있어서 정체된 수분을 어떻게 잘 흡수, 또는 배출해주느냐가 아주 중요한 치료포인트가 되게 됩니다. 자! 비염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면 다시 옆길로 샐 수도 있으니 다시 정신차리고 ‘수(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열거한 증상들은 외부에서 육안으로 직접 관찰이 가능한 증상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수분’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만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환자의 주관적인 호소에 따른 증상도 당연히 있습니다.

우선 우리 몸에 ‘비정상적인 수분’이 고이게 되면 마치 물위에 떠있는 배를 타고 있는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멀미를 잘한다’, ‘눈이 핑그르르 돌 듯이 자주 어지럽다’, ‘머리에 뭔가 덮어씌운 것처럼 무겁고 맑지 못하다’, ‘자주 메스껍고 다량의 침을 뱉듯이 구토를 한다’ 등의 호소를 하게 됩니다. 또한 ‘배에서 꼬르륵거리며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항상 더부룩하고 그득한 느낌이 있다’, ‘아침 기상시 관절 마디가 뻣뻣해 움직이기 힘들다가, 활동을 하다보면 부드러워진다’, ‘근육통이 자주 발생하고, 통증이 여기저기 옮겨다닌다’ 등의 증상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비정상적인 수분의 정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의 경우 수분이 비위(脾胃)에서 시작되어 정체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장(脾臟)과 위장(胃腸)은 단순하게 소화기관으로써의 역할만을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비위생담지원(脾胃生痰之原)’이라고 해 ‘비정상적인 수분’의 발생이 이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았습니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음식물이 비위를 통해 흡수되는 과정에서 가정 일차적인 수분대사의 이상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분대사의 이상을 조절함에 있어 비위(脾胃)에 관련된 약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개괄적인 ‘혈(血)’과 ‘수(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였으니 다음 시간에는 구체적인 처방을 가지고 산후 허리와 골반통에 대한 접근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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