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5월 13일 청주민족예술제가 시작한다. 청주민예총이 주최하는 민족예술제는 올해로 스물여덟 번째를 맞이한다. 청주민족예술제는 1994년 조선의병 청주성 탈환 402주년, 청주목 탄생 1048주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시작했다. 당시 취지문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문화모순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다름 아닌 민족의 정서나 미래에 정방향의 작용을 하지 못하는 대중문화의 가벼운 흐름을 말하는 것이며, 이를 올바른 의미로 견인하여 다가오는 통일의 시대까지를 준비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청주민예총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취지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다양하겠지만, 예술제를 통해 민족 정서가 담긴 지역예술을 활성화하고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담론이 담겨있다 하겠다.

역사적으로 청주민족예술제는 시대 정신을 담은 예술을 선보여 왔다. 청주성탈환과 동학의 정서, 민주화운동의 정서, 독재와 자본 권력에 맞서는 정서, 평화와 통일 염원 등의 정서를 담아왔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예술의 사회성보다는 예술의 심미성이 중요시되고 민족예술의 정체성은 모호해져 갔다. 그렇지만, 청주민예총 예술가들은 청주민족예술제를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명실상부 청주 문화예술을 이끌고 청주 예술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예술가들은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예술제를 기획한다.

코로나19로 사회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지친 삶에 위안이 되는 것은 경제적 위안도 있겠지만, 마음의 위로가 더 필요하다. 예술을 통해 삶을 위로하고 지친 어깨를 토닥여 주는 일을 위해 작년 ‘예술로 광대승천’에 이어 올해는 예술을 통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염원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예술로 나들이하다’라는 주제는 예술가 자신에게도 위로와 위안의 시간이 될 것이다. 힘들게 언덕을 오르는 수레를 밀어주었을 때 나의 작은 힘이 큰 보람과 기쁨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내가 가진 능력의 사회적 책임이라 부르고 싶다. 약자를 괴롭히거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닌 남과 다른 재능이나 특성이 사회의 진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재능을 가진 자의 책임이다. 예술이 홀로 재능을 과시하고 세상과 등진다면 명작이나 고전이 나올 수 없다. 예술작품은 시대의 정신이며 기록이다. 명작은 시대 정신에 나온다.

민족을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같은 언어, 식습관, 생활방식, 의식 등이 유사한 사람들이라 하겠다. 1988년 창립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민족예술을 지향하는 예술인들의 상호연대 및 공동실천을 통하여 민중의 삶에 기초한 민족문화예술을 건설함’을 창립목적으로 내세웠다. 민중의 삶에 기초한 예술이란 예술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본다. 권력자는 민중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사회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다 해고당한 무수한 사람들, 개발의 몽둥이에 쫓겨난 사람들, 블랙리스트예술가는 여전히 존재하고 세상은 외면한다.

민족과 예술의 관계, 민족예술의 의미는 너무나도 어렵고 막연하다. 청주민족예술제를 준비하며 왜, 민족과 예술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예술은 나와 이웃, 동네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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