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문학작가회
수필가

[충청매일] 봄이 오면 뜰 앞에 심은 진달래가 곱게 피고. 여름에는 정다운 나무 그늘 밑을 즐겨 찾건만 낙엽 지는 가을 쓸쓸한 나무 밑은 찬바람만 불어온다. 누구나 이 세상에 올 때는 따뜻한 사랑의 손길에 쌓여 왔건만, 한 평생을 살다 세상을 떠날 때가 가까워지면 사랑도 그리움도 낙엽처럼 떠나 버린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잠들었는지 나 홀로 쓸쓸히 살아가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래도 사람 사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몸부림을 쳐보지만 그렇게 다정했던 인간관계도 소원해 지기만 했다. 팔순을 지나 고령이 될수록 고독의 징조는 더욱 심해지기만 한다.

그래도 부부사이 만큼은 이 세상에 어느 누구보다 가까운 내 인생의 동반자 이었으리라.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약속하고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깊은 정도 쌓였으리라. 가장 가까운 사이 이었기에 사는 동안 기쁜 일 슬픈 상처도 많았다. 그토록 애련한 사이였건만 누가 먼저 얼마를 살다 갈지. 아무도 모르는 황혼 길에 부초(浮草)같이 떠도는 인생이 아니었을까. 그 옛날 사랑하는 내 어머니의 늙은 모습이 떠오른다. 주름진 정겨운 얼굴에서, 사 랑이 가득한 눈빛에서, 나는 인간의 쓸쓸한 외로움을 엿볼 수가 있었다.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외로워하는 것은 내 마음에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내가 누군가를 진정 사랑할 때는 그리 외로운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봉사한다면 내 마음이 즐겁고 외로움을 덜어주는 길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눈이 펑펑 쏟아지는 눈길을 홀로 걸어도,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보아도, 새들이 혼자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 것을 보아도 외로움이 느껴지곤 한다.

며칠 전 TV 방송에서 홀로 사는 노인이 350만명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또 세계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 한다. 그 원인은 전통적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화하는 과정에서 오는 고독이라 한다. 그 많은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 늙기도 서러운데 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슬픈 일인가

노 부부가 같이 살아도 자식들이 떠난 집은 적막(寂寞)강산 같은데 아내를 잃고 홀로 사는 노인은 막막궁산(莫莫窮山)이라 하니 얼마나 외로울까. 그래도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할머니는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한다. 이것이 핵가족 시대를 살아가는 황혼 길의 자화상이다. 노년의 아름다움은 용모에서가 아니요 부와 명예도 아니다. 흐트러짐 없는 건강한 생활, 초연(超然)한 여유, 그리고 외로움을 이겨내는 당당함이 아닐까. 지난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자기를 위한 삶을 즐기는 시기가 아닐까. 그렇기에 나는 왜 외로운가를 고민하기보다 왜 나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던가를 고민해야하며 아름다운 노후를 살아가야한다.

고독이 밀려오면 친구가 좋아 같이 웃고 즐기며 살아야하고. 외로움이 다가 오면 심산유곡(深山幽谷)에 맑은 공기와 물을 찾는 산행도 좋고. 아침저녁 걷기운동을 즐겨 체력을 단련하듯 외로움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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