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300년 제자백가 시대. 천하가 전쟁으로 서로 치열하게 이익을 다투고 있을 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공자의 유가(儒家)와 노자의 도가(道歌)가 널리 알려졌다. 유가는 기존 지배층에 편승하기 위해 출세와 성공을 염원하는 이들이 열렬히 추종하였고, 도가는 정치 경제 사상 등의 분야에서 몰락한 지배층이거나 실패한 이들이 삶을 위로받는 방편으로 추종되었다. 하지만 각 나라의 군주들은 유가나 도가는 별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유능한 병사를 얻어 자신의 힘을 자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로 인해 이전에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했던 도적이며 깡패며 칼잡이들이 뜻하지 않게 대우를 받았다.

특히 조(趙)나라 문왕은 유독 칼잡이를 많이 고용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가신과 백성들을 칼잡이를 통해 손쉽게 다스렸다. 이때 유가를 추종하는 이들은 문왕에 저항하지 못하고 도리어 나라를 안정되게 이끈다며 칭송 일색이었다. 나라 안에서 감히 문왕에 대하여 비판하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조나라 도성에 장자(莊子)라는 인물이 나타나 생뚱맞게 자연주의를 역설하고 있었다. 자연에 순응하고 그 안에 유유자적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근심을 없애고 삶을 즐겁게 하는 일이라고 크게 떠들었다. 문왕은 많은 사람 앞에서 배짱 좋게 이야기하는 장자를 대단하다 여겨 궁궐로 초대해 가르침을 청했다.

“선생의 좋은 말을 듣고자 하오. 그러니 내가 귀담을 말을 하나 들려주시오.”

그러자 장자가 칼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사람을 베고 천리를 가도 막을 자가 없는 세 가지 칼이 있습니다. 먼저 천자의 칼입니다. 한번 휘두르면 아래위로 막힘이 없고 사방에 거칠 것이 없습니다. 천하가 평정되고 제후들이 복종하는 칼입니다. 둘째는 제후의 칼입니다. 칼을 휘두르면 천둥이 치는 듯하고 신하들이 순종하고 나라를 편안하게 합니다. 셋째는 서민의 칼입니다. 칼을 휘두르면 아무 이유 없이 시장사람들의 목이 베어지고 이웃사람들의 심장이 뚫어지고 지나가는 행인의 간이나 폐가 찔립니다. 닭싸움처럼 아무렇게나 칼을 휘두르니 백성들이 살기 무서워 나라를 떠나고 맙니다. 칼을 좋아하면 제후들이 복종하여 곧 천자의 자리에 오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백성들은 칼을 두려워하면 모두 나라를 떠나고 맙니다. 그러면 누가 천자를 받쳐줄 것이고 누가 제후를 따르겠습니까. 세금은 어디서 얻을 것이고 나라는 어떻게 다스리겠습니까. 백성이 없으면 군대도 없으니 이웃한 나라가 이를 알고 쳐들어오면 무슨 힘으로 막겠습니까. 하오니 군주께서는 이제 칼을 칼집에 넣으시고 백성이 나라를 떠나라고 해도 떠나지 않도록 편안한 정치를 행하도록 하십시오.”

이야기를 들은 문왕은 고민에 빠졌다. 며칠 후 자신의 칼잡이들을 모두 잡아 가두었다. 그러자 백성들이 모두 환호하였다. 이는 ‘장자’에 있는 이야기이다.

설망어검(舌芒於劍)이란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이다. 사람의 언변이 어떤 무력보다 강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좋은 세상에서는 항상 언론이 자유롭다. 그러니 별별 말이 많다. 옳은 말은 듣기에 거북하나 건강에 좋고 사악한 말은 귀에 순하나 건강을 해친다. 잘 가려들을 일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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