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청주상당도서관 사서]사피엔스(Sapiens)란 오늘날의 인간을 생물학이나 고인류학의 종으로 나타낼 때 사용하는 명칭이라는 것쯤은 초등학생들조차 알고 있는 용어이다.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라는 책은 2015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완독할 수 있느냐’라는 부분에서는 독자들의 평점이 낮은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 서점과 도서관 한 켠에 자리 잡고서 책 좀 읽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과연 무슨 내용이 들어 있길래 베스트셀러였다가 한 주가 지나면 그 자리를 내어줘야하는 서점가에서 터줏대감의 노릇을 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완독하기에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 그래서 책상 구석에 장식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내용이 들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넘기기 시작한 책장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졌다.

학교에서 배운, 이제는 상식쯤이 되어버린 인간은 38억 년 전 지구라는 행성에 복잡한 구조의 분자가 등장하면서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인류가 만들어 졌다는 인류에 대한 생물학적, 인류학적 정의가 계속 반복되었기에... 숨겨져 있는 위대한, 위대하다고까지는 아니어도 작가가 전해주는 어떤 통찰이 있을 것 어딘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지만, 맑은 물에 담겨있는 예쁜 구슬을 보듯이, 내용을 뻔히 다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실망감만 계속되었다. 생물학, 인류학, 진화론에서 볼 수 있는 어려운 용어들의 반복 속에서 읽고 멈추기를 계속하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유발 하라리는 왜 사피엔스라는 책을 쓰면서 각 구성에 혁명(Revolution)이라는 용어를 썼을까?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파트에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혁명. 우리가 혁명이라는 말을 할 때는 기존의 체계를 완전히 없애고 더 발전된 체제를 세울 때 쓸 수 있는 매우 조심스러운 용어이다.

농업혁명, 과학혁명은 우리가 여기저기서 많이 듣던 말이라 금세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인지혁명이라는 말이 대체 무엇이여서 인지(Cognition)라는 단어에 혁명을 붙였을까?

유발 하라리는 아마도 책을 집필할 때 이 부분에 제일 많은 시간을 할애 한 듯하다. 인류는 고대수렵채집인의 모습에서 농경으로 인한 사회공동체를 형성할 때, 그것이 무슨 목적과 필요에 의해서였는지는 다를 수 있지만, 각 개인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적 요소가 필요했고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그것이 바로 신화, 법, 제도, 도덕, 종교, 과학 등이었다는 주장을 한다.

작가는 이것이 인지혁명이었고, 그 인지혁명을 통해 인류는 통합을 이루었으며, 그 보이지 않는 강력한 것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각 사피엔스들을 거대한 사피엔스로 묶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천부인권이라는 개념, 종교적 믿음 자체마저도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개념이라고 주장하면서 독자들에 정신적 충격을 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인간이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보면, 이 사람은 무신론자인가? 유신론자인가? 아니면 아나키스트인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사피엔스라는 책 속에서, 유발 하라리는 모든 것을 생물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고집이 보여주지만, 항상 그렇다, 항상 존재하고 있다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고찰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다.

조금 시간도 걸리고 머리도 아프겠지만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결론이라고 책 표지에 쓴 것처럼, 인간의 그동안의 발자취에 대한 재조명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과감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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